증권
대형수출株, 外人 돌아왔지만 원화값 강세 우려
입력 2015-10-12 17:26  | 수정 2015-10-12 19:42
미국 금리 인상 지연 소식에 달러당 원화값이 1143.5원으로 급등하면서 그간 국내 증시 상승장을 이끌었던 대형 수출주가 일단 주춤했다.
12일 코스피는 강보합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2.10포인트(0.10%) 오른 2021.63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2030선을 돌파하는 등 5거래일째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상승장을 이끌었던 대표 수출주들은 그간 상승 피로감에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 수출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79% 떨어졌으며 현대차(-1.54%), SK하이닉스(-1.86%), 현대모비스(-2.11%), 아모레퍼시픽(-4.45%), 기아차(-1.90%)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모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원화값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이날 1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거래일째 순매수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5400억원이 넘는다. 6월부터 9월까지 9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기록적인 매도 공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한 주 4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모두 대형 수출주 위주로 사들였다. 매수 1위 종목이 삼성전자일 정도로 삼성전자에 강한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인 종목을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네이버, SK하이닉스, KT, 현대건설 등을 담았다. 기관투자가도 삼성전자와 포스코,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등을 사들이면서 의약품·화장품 등 성장주 위주에서 대형 수출주로 매매 패턴을 바꿨다.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어닝서프라이즈를 전후로 외국인과 기관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면서 지난주 국내 증시는 전기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대형주의 수직 상승이 돋보였다. 내수주와 수출주가 '바통터치'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 지수는 3.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연초 이후부터 상반기까지 장을 주도하던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2.40%와 0.6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업종은 전기전자로 업종지수가 10.09% 치솟았다. 철강금속(9.39%), 증권(4.54%), 건설업(4.02%), 기계(3.43%) 등도 많이 올랐다. 반면 성장주로 높은 몸값을 구가하던 의약품은 6.41%나 빠졌다. 대표적 내수주인 음식료품 지수도 3.41% 하락했고, 의료정밀 2.12%, 유통업이 1.35% 내렸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난 한 주 동안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대형 수출주가 원화값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결과는 밸류 부담이 크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된 대형 수출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면서 "증시 수급 여건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형주의 상대적 약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 금리 인상이나 신흥국 경기 불안 등 시장 리스크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정유, 화학 등 대형주에 대한 강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원화값 상승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원화값이 상승 반전하면서 수출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미국 금리 인상 지연에 기댄 것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상승에 대한 확신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 쏠린 것도 걸린다. 지난 한 주 외국인들은 4거래일 동안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매수세를 보였지만 이 중 3000억원은 삼성전자 한 종목을 사는 데 집중됐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다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닝시즌이 진행되면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나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병득 기자 /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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