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치권 바람 안타는 국가미래전략원 설치하라”
입력 2015-10-12 16:17 

공학자들이 대한민국 저성장 탈출 해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전략이다. 기술·사람·제도 차원에서 혁신적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산업혁신을 바탕으로 개방형 이민정책을 통해 해외 우수 인력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의 성장한계 돌파를 위한 산업혁신전략을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공학한림원은 1000여명의 공학분야 석학과 산업계 최고경영자(CEO)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공학한림원이 이번에 발표한 산업혁신 전략은 성장잠재력 둔화로 9년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정체돼 있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공학한림원 소속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6개월간 토론과 회의를 통해 마련됐다. 오영호 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존 성장전략의 한계, 취약한 기업 성장 생태계, 제조업 고도화 지체, 중국의 빠른 추격 등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룩할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학한림원은 우선 과거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한국 산업의 정보화 기반을 제공한 것처럼, ICBM을 산업혁신 고속도로로 만들어 한국 산업기반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ICBM은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앞글자를 딴 것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상시킨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선진기술을 도입해 이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연결시키는 추격형 성장 전략에 몰두해 왔다. 하지만 선도형으로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오 회장은 ICBM을 통해 스마트 산업혁명이 이뤄지고 있다”며 스마트 산업혁명은 기업 경영, 산업정책, 복지, 치안, 국방, 안전 등 국가정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ICBM을 제조업과 연계하면 스마트 공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의료에 적용하면 개인 맞춤형 치료로 헬스케어 패러다임이 이동할 수 있다. 오 회장은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스마트 산업혁명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 접근성과 이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학한림원은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국내 노동가능 인구 확보 전략도 제시했다. 영주권 제도를 보완해 해외 우수인력은 물론, 기능·기술 인력을 적극 유입하고 국내 잔류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노동가능 인구는 올해 3378만명에서 2020년 3411만명, 2030년 3066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략 보고서에 참여한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 3개 위원회와 16개 부처에 분산돼 있는 외국인력 정책의 전략적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는 창의·융합 프로그램과 대학·교수 평가제도의 파괴적 혁신 등을 통한 공학교육 3.0 추진 등 인재육성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 아래 창업 열풍이 높아지고 있다. 공학한림원은 이런 창업 열풍이 ‘생계형이나 ‘난민형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슘페터형 창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가란 단순히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이라며 ‘창조적 파괴를 역설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말하는 창업이다. 공학한림원은 미국 밥슨컬리지와 같은 창업중심대학 운영을 제안했다. 오 회장은 밥슨컬리지에서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토대로 10년간 5000여개 벤처 창업이 이뤄졌다”며 산업정책 패러다임도 혁신친화형 제도구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학한림원은 이런 제안들이 입법화되거나 시행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범부처 미래전략기구로 ‘국가미래전략원 설치를 주문했다. 오 회장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영국 전략국, 필란드 미래상임위원회와 같이 포퓰리즘 성향 정치권, 대통령 단임제에 영향받지 않는 범부처적 중립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하루빨리 공론화가 진행되고 기존 조직들의 재구성도 마다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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