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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데뷔’ 한나한 “LG 선수들에게 자신감 주고 싶다”
입력 2015-10-12 16:13 
12일 오후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LG 트윈스 잭 한나한의 타격 코치 훈련이 진행됐다. 한나한이 선수들의 타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천)=정일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이천)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를 떠났던 잭 한나한(35)이 타격 인스트럭터로 돌아왔다.
4개월 만에 넉넉한 웃음과 함께 LG로 복귀한 한나한은 지난 9일부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선수들의 타격 지도를 맡아 코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현역 은퇴를 고민 중인 한나한의 사실상 코치 데뷔가 한국에서 이뤄진 것이다.
한나한은 15년차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베테랑 내야수 출신이다. 올 시즌 LG에서 야심차게 영입했으나 부상으로 시즌 도중 방출을 당했다. LG 구단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나한이 LG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모습에 시즌 종료 후 인스트럭터 요청을 했고, 한나한도 흔쾌히 받아들여 약 2주간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다시 한국을 찾은 한나한은 12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LG 구단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돌아왔지만, 그냥 한국이 좋았기 때문에 온 것”이라며 내가 온 결정적 동기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함께 했던 어린 선수들이 배우려는 준비가 돼 있는 것을 알았고 그런 부분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나한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약 3시간 정도 선수들을 지도했다. 한나한은 선수들과 함께 몸을 푼 뒤 실내연습장에 둘러앉아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부터 지도는 시작됐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메이저리그 경험을 토대로한 정신적인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병규(7번)를 비롯해 김용의 문선재 채은성 최승준 등 선수들의 집중력도 대단했다.
이후 미리 정해둔 스케줄에 따라 타격 훈련이 이어졌다. 로테이션으로 타격 훈련이 끝난 뒤에는 엑스트라 훈련도 진행했다. 하루에 1~3명씩 한나한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날 엑스트라 훈련 대상이었던 문선재 채은성 김재율 등 3명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한나한은 훈련 내내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게 하기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타석에 들어설 때의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했다.

한나한이 선수들에게 타격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사진(이천)=정일구 기자
<다음은 한나한과의 일문일답>

- LG를 떠나 미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7월 이후 야구를 하지 않고 TV로 야구를 많이 봤다. 15년 만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기분이 이상하더라. 가족과 함께 야구가 없는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 현재 상황은 어떤가. 은퇴를 결정한 것인가.
아직 은퇴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현역 선수로 더 뛰고 싶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컨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내 몸 상태를 체크할 예정이다. 내년 1월까지 은퇴를 할지 결정할 것이다.


- 방출된 선수가 인스트럭터로 바로 돌아왔다. 이례적인 일이다.
LG 구단 관계자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난 그저 한국을 좋아한다. 당연히 돕겠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배울 준비가 돼 있는 선수들이 좋았다. 내가 오게 된 결정적인 동기다.

- 내년 LG 코치로 올 수도 있는 건가.
아직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구단과 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다만 한국에서 코치 데뷔를 한 것 같다.(웃음)

-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더 유명했다. 이번에 수비가 아닌 타격 인스트럭터로 온 것이 조금 낯설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타율 4할의 타자나 골든글러브가 50개가 있는 선수라고 해서 더 지도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스트럭터에게 그런 것은 필요 없다. 어린 선수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매커니즘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 LG 선수들의 배우는 자세는 어떤가.
매우 좋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미 봐 왔던 친구들이다. 그때부터 나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난 LG 선수들이 발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안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다.

- 루이스 히메네스도 함께 지도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자청해서 받는 것이 신기하다.
히메네스는 여기서 처음 봤다. 원래 서로 보고 배우는 것이다. 도움일 될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와도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투수에게는 공격적으로 친다. 상황에 따라 상대 투수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래서 히메네스도 단지 공격적인 타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자신감이고 두 번째는 타석에 들어설 때 목표 의식을 갖고 생각하는 타격을 하라는 것이다. 타격은 어려운 것이다. 준비된 선수가 아니면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 정말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 선수도 일정하게 칠 수는 없는 것이 야구다. 타석에서는 공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그 외에 많은 다른 것들이 작용한다. 그런 것들을 가르치고 싶다.

-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들은 누구인가. 어떤 영감을 얻었나.
켄 그리피 주니어, 마이크 스위니, 마이클 브랜틀리, 프랭크 토마스, 조이 보토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야구를 하면서 계속 지켜본 선수들이다. 전부 다르다. 하지만 각자의 루틴이나 목표 의식은 같았다. 심지어 평소 인사를 하는 모습부터 모든 행동들이 일정했다. 훌륭한 선수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 한국에서도 기억하는 타자들이 있나.
넥센의 1루수 박병호, NC의 외야수 나성범, 그리고 박용택과 빅뱅(이병규), 오지환이 좋은 타자들이다. 오지환은 야구선수로서 매력이 있는 친구다.

-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코치가 처음이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선수와 코치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내가 믿었던 노하우를 믿고 가르치니까 긴장이 풀리더라. 지금은 아주 좋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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