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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의 ‘가을’, 절실함으로 극복한 두 글자
입력 2015-10-12 08:40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이 3-2로 승리했다. 두산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올 시즌 개막 전 이현승(32·두산 베어스)은 누구보다 간절했고 절실했다. 베테랑 투수로 두산의 투수조장을 맡으며 책임감도 컸다.
이현승은 한창 몸값을 올려야 할 젊은 시절을 수술과 군 입대로 조용히(?) 보냈다. 이현승은 삼성 라이온즈의 두 축인 장원삼·안지만(32)과 동갑. 친구들이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리는 동안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올 시즌은 기회였다. 이현승은 개막 전까지만 해도 5선발로 낙점돼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해진 보직은 없었다. 5선발 경쟁 후보였고, 어떤 보직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당시 그는 누가 마무리가 될지 모르지만, 그 자리도 굉장히 좋은 자리이고 기회다. 선발과 불펜에 이어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그의 시즌 목표는 하나였다. 부상 없이 시즌을 온전히 치르는 것. 그는 조금만 안 아팠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금도 후회를 한다. 아프지만 않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절실한 자에게 또 시련이 닥쳤다. 시작은 불운했다. 그는 시범경기 막판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골절됐다.
이현승이 돌아온 것은 시즌 중반. 그는 팀의 소방수를 맡았다. 팀의 최대 과제인 중책을 떠안았다. 준비된 그에게 보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간절함으로 중무장한 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세 번째 가을야구 마운드에 섰다. 이현승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두산의 승리를 지킨 영웅으로 우뚝 섰다. 2경기 연속 마무리로 등판해 2이닝 노히트 무실점으로 1승 1세이브를 기록, 완벽한 수호신 역할을 했다.
이현승은 준PO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서건창과 고종욱을 공 7개로 외야 뜬공 처리해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승리투수였다. 이어 그는 준PO 2차전에서도 3-2로 1점차 앞선 8회말 2사 2, 3루 위기에 마무리로 등판해 박병호를 고의사구로 거른 뒤 유한준을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9회말에도 빗속 역투로 삼진 2개를 엮은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달성했다.
그동안 난 있는 듯 없는 듯 있었다”던 이현승. 그는 올 시즌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강렬한 존재감을 알리며 마운드에 있었다. 절실함으로 그간의 설움을 극복한 가을사나이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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