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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오재원-서건창, 부상보다는 다행이었던 ‘벤치클리어링’
입력 2015-10-12 07:52  | 수정 2015-10-12 08:35
11일 잠실구장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초 수비에서 두산 오재원이 1루 베이스 커버를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면서 포구 당시, 타자주자 서건창을 막아서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준플레이오프 2차전)
아찔한 장면이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초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대고 달리던 타자주자 넥센 서건창과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던 두산 2루수 오재원이 1루에서 ‘충돌 1초전의 위험천만한 순간을 겪었다.
두 선수 모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속도를 죽여 몸을 피했던 서건창에게 오재원 역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것은 워낙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그도 덜컥 놀랐던 탓인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재원의 베이스 커버 동작이 좋지 않았다.
2루수가 1루로 들어갈 때는 기본적으로 양발을 라인 안쪽에 넣는 것이 바른 위치다. 축발(보통은 왼발)은 타자주자가 달려오는 방향과는 비켜서 베이스에 붙이고 반대편 발을 뻗어가면서 송구를 잡는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온갖 복잡한 상황과 선수들의 숱한 크로스가 벌어지지만, 늘 기본을 기억하면 적절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야수에게 ‘수비의 권한이 있는 것처럼 타자에게는 ‘공격의 권한, 주자에게는 ‘진루의 권한이 있다. 서로 최소한의 범위를 지켜주면서 최선의 플레이를 해내야 스릴 만점의 야구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1루는 타자주자가 전력질주해 통과하는 일직선상의 권한이 보호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1루로 뛰어 들어간 오재원이 양발 사이에 베이스를 타고 서서 송구를 기다렸던 첫 위치가 부적절했다. 얼결에 서건창의 질주 구간을 막아 선 모습이 되고 말았다.

와중에 타깃이 흔들렸던 탓인지, 기막혔던 코스의 번트 타구를 황급히 주워 던진 탓인지 두산 3루수 허경민의 송구는 더 바깥쪽으로 흘러 오재원이 받아낼 때의 모습은 거의 서건창과 마주 본 지경까지 됐다. 크게 다칠 수 있었던 위기였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죽이고 몸을 튼 서건창 덕분에 충돌을 피했고 두 선수 모두 다치지 않았던 것은 천만다행한 결과였다.
1루는 보기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다. 타자주자의 전력질주에 야수의 포구 동작 일부가 걸렸을 때 충돌이 벌어진다면, 사실은 야수가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루에서 포구 동작 중 타자주자에 부딪힌 야수의 손목 골절 케이스가 나오곤 한다.
베테랑 2루수인 오재원은 1루 베이스 커버 동작의 기본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그런데 30여분간 우천지연 후 속개된 이날 8회초 수비 때는 물먹은 그라운드가 몹시 미끄러웠다. 재빨리 1루로 들어가 순간적으로 멈춰선 스탠스가 (미끄러운 땅에 밀려 평소보다 바깥쪽으로 치우친) 베이스와 라인을 타고 선 방향임을 당시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서건창과 충돌 직전의 장면이 나왔을 때, 오재원이 더 놀란 모습이 그래서 참 안타까웠다.
두산 오재원과 넥센 서건창이 1루에서 충돌 직전의 위험천만한 장면을 겪은 뒤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결과적으로 이 상황은 양팀의 가벼운 대치상황으로 이어졌고, 분위기를 끌어오는가 싶었던 넥센의 공격이 탄력을 잃는 실마리가 됐다. 오재원의 실수가 오히려 두산에겐 유리한 심리전의 빌미로 작용됐으니 흐름의 경기인 야구는 이래서 요지경이다.
다만 지켜보는 입장에서 양팀의 소중한 자원인 두 선수가 크게 다치는 불행한 결과 대신의 벤치클리어링이라 느껴져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건창은 시즌 초 비슷한 그림(전력질주 선상에 야수가 걸려)에서 충돌하면서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 파열로 두 달 이상의 공백을 겪었던 불운의 선수다. 사실 이런 충돌 위기에서 타자주자는 그대로 뛰어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은데 서건창은 반년전의 그 기억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몸을 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금 걱정스러웠다. 과감한 돌진으로 차지해야 하는 '거친 땅' 1루가 부디 그에게 티끌의 트라우마를 남기는 장소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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