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장관은 기업발 경제위기에서 한국 경제가 탈출하기 위해서는 ‘재조산하(再造山河)에 준하는 정치권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을 주도할 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마비시키는 막무가내식 국정감사와 국회 선진화법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질타했다.
-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 주문이 실천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미 살아남기 위해 재무구조개선과 인력감축을 상당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는 결코 진공 속에서 자라나는 게 아니다. 주변의 정치, 문화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정치권에서 유발하는 대표적인 대내적 취약 요인의 사례는 국정감사다. 국정감사장에 왜 민간인을 부르나.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라고 있는 곳이다. 행정부를 상대로 일을 하는 곳이 민간인을 오라가라 하는 것은 월권이다. 오죽하면 사업 분야에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랄 기업인들이 국회에 로비 활동을 해야 하나. 내 얼굴은 거울에 안 비춰보고 나라 경제가 서서히 침몰해가는데 허구헌날 공천싸움만 하는 국회가 우리나라의 최대 위크 포인트(weak point)다.
- 국회의 국정감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인가.
▲일년에 한 번 연례행사처럼 전 국가 과제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전 국정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난타전을 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매달 국회에서 정책질의하면 될 걸 전체 행정이 올 스톱되는 낭비가 엄청나다. 국회의원들이 툭 하면 기업인들한테 배임이라며 난리치는데 국회 선진화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의 배임은 일반 기업 배임보다 백배, 천배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명백한 고의 등 객관적 물증 없이 기업인을 함부로 배임으로 다스리면 안 된다.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문제를 배임으로 몰아가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거다. 배임을 규정한 대륙법 체계의 원조인 독일에서도 기업인을 배임으로 몰아가는 건 거의 드문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모험자본이 나오겠나.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사업이 어딨나. 나중에 배임의 잣대로 몰아가면 어떤 기업이 움직이겠나.
- 구조조정과 더불어 재벌개혁 얘기도 많이 거론되는데
▲압축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의 규모의 경제를 추진하면서 재벌 문제가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잉태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벌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순기능까지 부인하면 안 된다. 오너 3세로 넘어가면서 소유·지배 구조 역시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의 시가총액이 316조인데, 애플 하나가 634조이고 구글은 460조다. 대기업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해 타격을 가했을 때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누구겠느냐. 삼성그룹도 특화와 전문화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전자와 금융부문에 특화해서 그룹을 운용한다면 갈채를 보내겠다. 옛날처럼 문어발 식으로 확장하는 것은 안된다.
- 교육개혁도 시급한 과제 아닌가.
▲노동개혁만으로는 일자리 창출 안 된다.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의 학력이, 대졸 이상 박사까지 고학력군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고급 일자리가 기능직보다 많을 수 있나. 오히려 경쟁력 있는 인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경쟁이 배제된 교육, 경쟁을 터부시하는 교육 때문이다. 한두 문제 더 맞추기 경쟁인 수능 시험부터 빨리 폐지해야 한다.
- 국정 후반기 박근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옛 새마을운동처럼 국민역량이 집결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나라 국가 신용도가 일본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대외적 신용도에 국한된 얘기지 우리 경제 자체가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 구조조정에 소홀하면 안 되고 특히 인사행정이 제대로 돼야 한다. 올해 장관된 사람들이 또 개각 대상이 된다고 한다. 총선 1년 남기고 국회의원 할 사람을 장관시키면 어떡하냐. 이건 인적자원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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