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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개그人] ‘코빅’ 김석현 CP “코미디만 잘해도 먹고 사는 세상 꿈꾼다”
입력 2015-10-11 13:46  | 수정 2015-10-12 10:47
사진제공=tvN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 김석현은 누구?

1971년 5월 출생으로, 1997년 KBS 24기 공채 프로듀서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KBS2 ‘폭소클럽 ‘개그콘서트 ‘웃음충전소 등을 연출하다 2011년 tvN으로 거취를 옮겨 ‘코미디빅리그를 만들었다. 2014년 10월부터는 tvN 기획제작1국장으로 재직 중이며 현재 ‘코미디빅리그 등을 총괄하고 있다.



Q. 많은 개그맨들이 김석현 CP를 ‘은인 혹은 ‘선생으로 언급한 바 있다. 수많은 개그맨들에 한결같은 ‘칭찬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A. 왜 개그맨들이 저를 언급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래 해먹어서 그런가.(웃음) 오래 해먹기는 했다. 2000년대에 코미디를 쭉 한 사람이 아마 저밖에 없을 거다. 입사를 하고 조연출 생활을 할 때부터 코미디 프로를 하겠다고 자원을 했었으니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시트콤이 강세였던 시기여서 아무도 코미디 프로를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굉장히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많이들 생각했던 시기였다. 약간 ‘좌천되는 느낌의 공간이라고 할까. 그 때부터 자원해서 했으니 참 오래 했다.

그렇다고 PD를 꼭 고집한 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PD가 꿈은 아니었다. 대학교 졸업할 즈음 미래를 고민할 때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PD라는 직업을 잘 몰랐지만, 월급 받으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직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진지한 것보다 웃기는 걸 좋아했거든.(웃음) 아마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부터 코미디 프로 PD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던 것 같다.


Q. 오랫동안 코미디를 고집한 PD로서 우리나라에서 개그맨들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체감할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우리나라는 ‘선비문화가 좀 강한 것 같다. ‘광대들을 천시하는 문화.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웃음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나를 재밌게 해주는 사람과 ‘같잖은 사람의 의미가 굉장히 다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잘 정리가 안 된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웃긴 사람과 무시해도 되는 ‘우스운 놈과 구분이 안 된 달까.


그 이유를 따져보면 ‘재밌는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의 단어가 없다는 언어적인 부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연기자나 아이돌이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면 환호를 하지만, 개그맨들이 음반을 내고 연기를 하면 ‘개그나 하지 왜 나서냐 이런 시선들이 있지 않나. 그걸 보면서 ‘출신과 출발선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사실 코미디를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코미디하는 사람들의 위치가 그렇게 낮은 줄 몰랐다.(연예인의 계급을 따진다면 그렇다는 거다.) 솔직히 나는 개그맨들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이다. 물론 어렸을 때에는 나도 개그맨들을 ‘이용해서 유명해지자,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이 사람들이 이렇게 대우를 못 받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친구들 대우받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제가 착해서 그런 게 절대 아니다.(웃음) 하다 보니 개그맨들이 식구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다. 혹시나 개그맨들이 저를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해줬다면 그런 나의 마음들이 전해진 게 아닐까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사람들보다 너희 잘 되게 해줄게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그게 실현은 잘 안 되지만.(웃음) 이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마음으로 일한다.


Q. 코미디언에 대한 선입견을 직접 보고 느끼신 것 같다.

A. 사실 우리나라 개그맨들이 정말 재능이 많다. 다른 문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중은 왜 개그맨들만은 알아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럴 때에는 ‘하긴이라는 생각을 한다. 같은 PD들 사이에서도 내가 ‘이 친구들 써봐, 정말 잘 해라고 추천을 해줘도 ‘개그맨이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상황이니 말이다.

개그맨들을 쓰면 소위 ‘쉽게 보인다는 건데, 대중의 인식이 이미 그렇기 때문에 PD들도 쉽사리 그들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PD들이나 동료들도 내가 설득하지 못하는데 대중을 설득하는 일은 더욱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코믹 영화는 잘 되는 장르인데, 가만 보면 코믹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쓰지, 코미디언을 쓰지는 않지 않나. 그런 것도 어느 정도의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언론과 방송인들이 그 분위기를 더 만들었다고 보는데, 일반 대중보다 언론, 방송인들이 더욱 코미디에 보수적인 건 있다. (대중의)의식 속의 선입견이 깨져서 개그맨들이 영화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Q. 예능 프로그램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하는 ‘웃음을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돌직구로 물어보자면, 코미디는 ‘꼭 필요한 것인가?

A. 흠. 사실 코미디는 없어도 된다. 없어도 되는데, 그 존재 유무에 대해서 묻는 질문은 ‘학교 졸업하면 더하기 빼기 말고는 써먹지도 않는데 왜 다른 과목들을 배워?라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내가 비록 삼각함수를 잊고 살고 있지만 배움의 원리는 나름대로 몸에 다 남는다. 코미디도 그렇다.

코미디를 보면서 코미디의 작법을 알게 되고, ‘무한도전의 유재석이나 정형돈 등이 코미디를 통해서 대중과 만나는 법,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 식으로)코미디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웃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촬영을 하기 전의 선(先)작업, 즉 대본과 철저한 합으로 만드는 웃음이 있고, 또 한 가지는 요즘 인기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제작진이 통제하지 않고 나오는 방대한 상황들을 추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주는 게 있다. 작가나 PD, 연기자들도 이 두 가지 부류로 다 나뉜다.

사진제공=tvN


나는 ‘내 논리에 따르면 이 시점에서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웃는다는 계획을 짜고 사전에 합을 정확하게 맞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코미디언들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정서적으로 밝아서 하다 보니 웃긴 게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코미디, 영화는 전자인 것 같고, 관찰 예능과 버라이어티는 후자인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코미디와 예능 장르가 서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양립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두 개의 영역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서 없애버리면 전자의 방식을 잊어버리게 된다. 소위 하나의 전통이 그렇게 잊히는 건데,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방식이라면 우리가 계속 지켜가야 하는 게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Q. 현재 많은 개그맨들이 코미디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소극장 운영이나 코미디 페스티벌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런 노력들을 어떻게 보나.

A. 코미디의 활성화는 결코 개그맨들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PD, 언론, 대중 등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 무엇보다 지금의 활성화 전략은 전근대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미디 배우들이 잘할 수 있는 연기들과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무대는 어쨌든 간에 무수히 옛날부터 진행된 방식이다. 그걸 활성화시킨다고 해외 진출이나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방향성이 서로 다른 거다. 추세를 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가 조금씩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짧은 콘텐츠들에 적합한 것은 코미디만 한 것이 없다. 코미디에 맞는 방식의 유행들이 오는 그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영상들이 쌓이다보면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그런 영상의 주인공들이 개그맨이 되면 인식 자체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코미디만을 고집해온 PD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A. 저는 코미디만 잘해도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의 스타들과 개그맨들은 수입 면으로 백 배, 천 배가 차이 나고,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다. 개그맨들은 아무리 스타가 되도 초특급 스타는 못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정말 바뀌게 되더라. 전에는 내가 좀 잘 되려고 열심히 했었는데, 점점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개그맨들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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