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연티켓 1+1`에 효자·효녀 늘었네
입력 2015-10-08 17:54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연극 ‘늘근도둑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서울 코엑스아트홀. 객석에 앉은 20대 직장인 김방은 씨와 50대 어머니는 모처럼 실컷 웃었다. 어머니는 딸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연극을 관람했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마지막 한탕을 꿈꾸며 미술관 금고를 터는 코미디극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연이 끝난 후 어머니는 TV에서만 보던 배우 박철민을 가까이에서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모처럼 효도해 뿌듯해진 딸은 어머니를 위해 뮤지컬 ‘시카고 티켓도 구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 티켓 한 장을 사면 한 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원 플러스 원(1+1) 티켓 사업 덕분에 부담없이 2장을 예매했다.
김씨는 공연 관람에 흥미를 붙이게 된 어머니가 뮤지컬도 처음 보기로 했다. 그동안 일하느라 바쁘고 돈이 아까워 공연 볼 엄두를 못 내셨는데 원 플러스 원 티켓 덕분에 극장 나들이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타격을 입은 공연예술계를 지원하는 원 플러스 원 티켓 사업이 관객층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업 주관 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 6만4495명(지난 8월 18일~9월 30일) 중 생애 첫 구매자는 1만7257명으로 26.8%를 차지했다. 공연에 관심은 없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증거다.
30대 직장인 최현화 씨도 이 지원 덕분에 지난해부터 보고 싶었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관람했다. 그는 스토리를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재미가 있었고 진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연 마니아들 역시 행복하다. 비용 부담이 줄어 더 많은 작품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정원씨는 연극 ‘프라이드와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로미오 앤 줄리엣 ‘형제는 용감했다 ‘프랑켄슈타인 등 25편 티켓을 샀다.
그는 티켓 비용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은 공연을 예매했다. ‘프라이드와 ‘형제는 용감했다는 다른 캐스팅으로 2번 봤다. 원 플러스 원 티켓 덕분에 더 많은 공연 관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관객 유입과 기존 마니아층의 티켓 구입 증가로 공연 제작사들 숨통도 트이고 있다.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전체 객석(176석)의 50%가 원 플러스 원 구매자들이다.
이 공연 제작사는 1986년 초연 후 지금까지 메르스 기간이 최악의 위기였다. 10명 미만 관객을 두고 공연한 적도 있다. 다행히 정부 지원 사업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도 정부 지원 수혜를 입었다. 원 플러스 원 티켓으로 내놓은 S석 30회차분(11월 26일~12월 20일 충무아트홀, 회당 160석)이 매진됐다.
임학선댄스위 공연 ‘영웅 이순신(지난 9월 18~19일 아르코예술극장)은 이 지원 사업에 힘입어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임학선 성균관대 교수는 무용 관객이 전공자에 한정돼 있었는데 일반 관객들도 많이 왔다. 원 플러스 원 티켓이 무용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실력파 배우 배수빈과 강필석, 정동화가 출연하는 연극 ‘프라이드(지난 8월 8일~11월 1일 수현재씨어터) 역시 이 사업 덕에 관객이 증가했다.
공연 제작사는 12월 성수기에 지원 사업이 끝나는데 내년 1~2월 비수기로 연장되거나 그 기간으로 변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지원 공연을 연극 259개, 뮤지컬 99개, 음악 123개, 전통 17개, 무용 16개, 다원·대중 공연 41개 등 755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종료된 작품까지 합하면 수혜 공연은 1000개를 넘긴다.
신청 가능한 티켓 가격 상한선이 기존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조정돼 관객 선택 폭도 늘어나게 됐다. 신청할 수 있는 최대 객석 제한도 5회 이하 공연의 경우에는 최대 200석(회당)까지 가능해졌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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