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반도 내년 `최악의 가뭄` 불안 엄습
입력 2015-10-08 16:47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충청지역 뿐 아니라 영남도 비상이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영천 보현산댐은 물 부족으로 소수력발전(小水力 發電) 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보현산댐은 현재 저수율이 2%에 불과해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영남권의 각종 용수를 공급하는 안동댐도 최근 용수 비축을 위해 초당 18t을 방류하던 것을 초당 6t으로 70% 가까이 줄였다. 안동댐의 용수 확보는 매년 7~9월에 내린 강수량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가뭄이 지속되면서 영남권의 심각한 용수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경북도내 8개 다목적댐과 용수댐의 평균 저수율은 현재 35%에 불과하다. 예년 평균 저수율(57%)은 물론 지난해 평균 저수율(55%)에도 크게 못치고 있다. 특히 가뭄이 심한 경북 안동, 청송지역에서는 본격 수확철을 앞둔 과일과 밭작물들이 극심한 생육부진을 겪고 있다. 울산도 3개월 뒤인 내년 1월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저수율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는 이미 물부족 사태를 대비해 지난 1일부터 낙동강 물을 하루 3만t씩 받고 있다.
문제는 가뭄이 앞으로도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은 내년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겨울 강설량도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사상 최악의 가뭄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중부지방의 가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는 1997~1998년 전 지구를 덮쳤던 슈퍼 엘니뇨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6개월 넘게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가 발생하면 평소보다 많은 수증기가 대기로 유입되면서 지구의 대기 순환이 엉키게 된다. 예상못한 가뭄이나 홍수, 한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내년 1월, 엘니뇨의 강도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일원 APEC기후센터 기후변화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되는 특성을 보인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약화로 여름철 비가 적게 왔고 태풍도 한반도를 비껴 가면서 가뭄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도 한반도 가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 해빙이 지구의 열순환 능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올해 3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극 지역의 공기가 따듯해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m 상공에 있는 제트기류는 북쪽은 차갑고 남쪽이 따듯할 때 대류 순환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온난화로 북극 대기가 따뜻해지면 공기 온도차가 작아져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봄철과 초여름, 이동성 고·저기압의 활동이 약해지면서 바다에 있는 수증기가 대륙으로 전달되지 못해 비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일원 선임연구원은 강수량이 계속 줄면서 현재 저수율이 20~30% 정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지금부터 평년 수준의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내년 봄까지 가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한반도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몇 번의 가뭄주기가 겹친 것도 불안한 요인이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에서는 6년, 12년, 38년, 124년 주기로 가뭄이 나타나는 징후를 포착했다”며 올해가 가뭄이 최고치에 이를 것이며 이는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호섭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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