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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1년만에 바뀐 국민연금 국감 풍경
입력 2015-10-08 09:44 

[본 기사는 10월 6일(15:3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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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진행된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는 여러가지 모습에서 1년전과 사뭇 달랐다.
우선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처음 실시된 국감이었다. 다수 의원들은 첫 마디로 '전주 시대'를 축하하는 덕담으로 시작했다.
외형 변화와 맞물려 조직 내 위상 변화도 엿보였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섰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 선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국감은 제도보다는 기금운용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
이런 분위기는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질의를 주로 했는지 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대상으로 질의를 한 의원은 단 4명(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총 21명) 뿐이었다. 이명수·김현숙 새누리당 의원과 이목희·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다. 작년에는 기금운용 관련 질문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올해는 의원들 스스로 제도 분야는 최 이사장, 기금 분야는 홍 본부장에게 구분해 질의하는 경우가 많아 홍 본부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미묘한 상황이 계속됐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홍 본부장에게 1회 이상 질의를 했다. 삼성물산 합병건과 기금 수익률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또 이날 홍 본부장의 답변을 통해 기금운용본부가 공단 내 일부 조직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 드러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홍 본부장은 대기업 전문경영인(CEO)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와 직접 만나 경영 현안 및 사업 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사실을 밝혔다. SK와 SK C&C 합병 당시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감 상태여서 못만났을 뿐 양사 CEO와는 회동했다고 공개했다. 최근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서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의견을 나눈 사실도 언급했다.
특히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CEO를 여러차례 만났음에도 이 부회장까지 만난 이유에 대해 묻자, 홍 본부장은 "저희가 원했던 답이 CEO들을 만났을 때 충분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며 "합병비율·미래가치 등 우리가 기대한만큼 설명이 안나와 실질적으로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필요에 의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홍 본부장은 "이 부회장을 만나 100%는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데다 국내 기업들의 지분 보유율이 평균 7%대에 이르면서 기금운용본부의 입지가 커진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한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의원들도 만나기 어려운 재벌 총수들을 자주 만나시네요"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홍 본부장은 앞으로도 기업 인수·합병 및 주요 거버넌스 결정 과정에 기업 총수를 만나는게 기금이사의 역할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검토하겠다"고 답해, 향후에도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간부들과 국내 주요 그룹 수장 및 CEO 간 만남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야당 보좌관은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해왔는데 사실상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질타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져 이후에 이 프레임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런 풍경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가 독립했을 경우 공단의 미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기금운용본부가 공사화 될 경우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핵심 기능이 빠져나가고 공단은 제도 관리에 집중하게 되면서 그 위상이 현재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최 이사장이 공사설립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제도와 기금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공단의 역할 축소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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