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운용 연금상품 대폭 강화
입력 2015-10-06 18:08 
국내 자산운용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이 운용 역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아시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패시브(Passive·지수를 추종해 시장 수익률 추구) 펀드 운용 조직을 확대하고, 액티브(Active·일부 종목에 분산투자해 초과 수익 추구) 펀드는 우수한 실력이 검증된 해외 운용사들과 손잡는 방식이다. 퇴직·개인연금 등 연금자산이 급격히 팽창하는 가운데 연금에 최적화한 포트폴리오 운용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패시브총괄 부문에 기존 인덱스운용본부, ETF운용본부에 이어 패시브전략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단일 본부로 구성됐던 패시브본부를 지난해 말 인덱스운용본부와 ETF운용본부를 거느린 패시브총괄로 격상시킨 지 10개월 만에 또다시 조직 확대에 나선 것이다. 패시브전략본부는 주가연계증권(ELS) 인덱스 펀드와 같은 파생형 인덱스 상품, 로보어드바이저 기법을 동원한 ETF 자동 자산관리 상품의 운용과 마케팅을 담당할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운용은 오는 14일 미국 자산운용사인 캐피털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티머시 아머 캐피털그룹 회장과 구성훈 삼성운용 대표가 참석한다. 삼성운용 측은 이번 제휴에 대해 "퇴직·개인연금 관련 혁신적인 상품 개발과 액티브 주식운용 역량 강화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털그룹은 운용자산 규모가 1조4000억달러(약 1600조원)로 블랙록·뱅가드와 함께 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손꼽힌다. 블랙록과 뱅가드가 패시브 펀드에 강점이 있는 반면 캐피털은 가치주 중심 액티브 펀드 운용사다.

삼성운용은 올해 초 삼성생명에서 뉴욕법인을 사들인 데 이어 이달 말 런던법인 인수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의 자산운용 역량을 삼성운용으로 집결시키는 한편 해외 리서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때 진지하게 고민했던 액티브 부문 분사는 일단 추진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운용이 패시브 운용 조직을 확대하고 가치주 투자에 강점이 있는 캐피털그룹과 손잡은 것은 연금자산 운용에서 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자산 운용은 장기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의 안정성과 낮은 투자비용이 중요하다. 패시브 펀드는 투자비용이 낮고 시장이나 업종 전체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가치주는 액티브 펀드 가운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KB자산운용도 지난 1일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기존 퀀트운용본부를 인덱스운용본부와 멀티솔루션본부로 분리했다. ETF와 멀티솔루션을 전담하는 조직을 따로 만든 것이다. 같은 날 한국투신운용도 마케팅본부에 퇴직연금마케팅 부문을 별도로 편성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업계에서는 저비용·고효율의 패시브 투자가 대세"라면서 "앞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비용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액티브 투자보다는 저비용의 패시브 투자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