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정말 가능할까?···제프리 삭스의 물음과 분석
입력 2015-10-02 15:32 

지난달 25~27일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개발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이 바라본 목표는 하나였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2030 SDGs가 지구촌 곳곳에서 제2·제3의 기적을 일으키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은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이 공식 채택한 SDGs는 전세계인이 풀어야할 숙제다. 세계인의 빈곤 종식, 기아 해소, 건강한 삶과 양질의 교육 보장, 양성평등 달성 등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숙제는 너무 방대하고 거대하다. 쉽사리 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 자문관인 미국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라는 화두를 놓고 오늘날 전세계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들을 포괄적이고 예리하게 담았다. 현실적인 언어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명제들을 풀어쓴 안내서다. 경제와 역사, 의료, 성차별 등 전지구적인 중차대한 문제를 실증적 통계와 지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금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세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성장은 지구위험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는 암울한 미래뿐이라는 저자의 경고는 엄살이 아니다. 기후 변화, 대멸종, 식량 고갈, 소득 불평등의 확산 등 세계는 혼동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세계 인구는 72억명. 1759년대(약 8억명)에 비하면 9배가 늘었다. 세계 경제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코라로 주민은 현대적 운송 수단이나 전력망도 없는 곳에서 매일 생존의 위협에 시달린다. 저자는 전세계에 코라로 주민들 같은 극단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게는 25억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경제 성장을 했어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한 나라는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역사상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난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절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희망을 주는 실제 사례가 있다. 세계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할 과제로 유엔이 공식 채택했던 ‘새천년 발전 목표(MDGs)가 그것이다. 보편적 인권과 평화와 안보, 경제 발전, 환경의 지속 가능성, 극단적 빈곤의 대폭 축소 등을 담은 프로젝트였다. MDGs 실행 후 아프리카는 기반시설이 증축돼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됐다. 남아시아 지역은 유행성 전염병이 통제돼 유아 사망률이 낮아졌으며 절대적 빈곤은 줄어들었다.
저자는 기술과 기반시설 개발로 ‘새천년 발전 목표가 경이적 성과를 낸 것처럼, 지식 공동체의 협력과 공적개발원저 프로그램의 지원 등을 통해 실용적 개입을 확대한다면 변화의 물결을 만들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올바른 기술을 고르면 지속적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지구위험한계선을 존중할 수도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 탈(脫)탄소화와 함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줄 기술이 개발됐고 질소와 인의 유입으로 인한 하구 오염을 줄일 기술도 알아냈다. 화석연료 대신 풍력이나 태양광을 이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더 많은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책 말미에 저자는 존.F.케네디의 연설을 인용한다. 세계의 문제는 확실한 현실로 시야가 제한된 회의주의자나 냉소주의자에 의해서는 아마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냉소주의와 암흑, 혼란, 절망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게 우리의 몫이다. 책 곳곳에서 감지되는 선한 에너지가 변화를 향한 낙관에 힘을 실어준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