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입자금 대출 때문에 은행을 방문한 김지수(가명·35) 씨는 깜짝 놀랐다. 알고 있던 신용등급과 은행에서 안내한 신용등급이 달라서다. 김씨가 은행 방문전 신용평가회사에서 알아본 신용등급은 2등급, 은행에서 조회한 신용등급은 4등급으로 2등급 격차가 벌어졌다. 어찌된 것일까?
한 신용평가회사의 신(新)·구(舊) 신용평가모형 때문에 잠재적으로 상당수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시 금리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등급은 금융거래 정보 등을 바탕으로 1~10등급으로 산출된다. 1등급(1~3등급)에 가까울수록 우량 등급이며, 통상 7~10등급은 저신용자로 분류돼 금융거래 때 이자비용 증가 등 불이익을 본다.
◆신용등급 상승 기회 많은 신평가모형 금융권서 ‘찬밥
1일 현재 금융권에서 개인신용등급 조회 시 이용하는 신용평가기관은 나이스평가정보와 KCB(코리아크레딧뷰로)가 대표적이다. 개인신용등급을 산출하는 양대 산맥 격인 두곳에서 제공하는 신용등급은 금융권에서 대출심사시 참고 자료로 적극 활용된다. 이 두곳에서 평가하는 신용등급이 통상 대출금리 수준을 가늠하는 방편의 하나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KCB에서 평가하는 신용등급이 논란이다. 앞서 KCB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국세청) 등 비금융거래 정보 대상을 확대해 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모형을 만들어 신용평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공공요금을 일정기간 성실하게 납부한 정보를 제출하면 신용평가시 가점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금융거래 정보가 취약한 대학생, 사회초년생, 저소득층, 무직자는 기존 신용평가 모형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책이다.
나이스평가정보 역시 이같은 지적을 신용평가 모형에 적용해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KCB의 경우 나이스평가정보와 달리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과 지난해 7월 이전 기존 모형을 함께 사용하면서 신용등급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앞서 언급한 김씨의 사례가 논란 중 하나다. 김씨는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을 신청하기 전 KCB에서 신용등급이 2등급인 것을 확인하고 은행을 방문했지만 김씨의 신용등급을 4등급으로 본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렸다.
이유는 이렇다. KCB가 김씨의 신용등급을 새로운 평가모형에서는 2등급으로, 기존 모형에서는 4등급으로 평가해서다. 새평가모형은 금융거래 정보에 더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납부 등 비금융거래 정보까지 신용등급에 긍정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기존 평가모형 대비 신용등급이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은행 입장에서 살펴보면 은행은 대출시 차주(대출자)의 신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만에 하나 있을 부실의 경우에 대비한다. KCB에서 새평가모형으로 김씨의 신용등급을 2등급으로 산출했더라도 은행은 기존 모형에서 보수적으로 평가된 4등급을 적정 신용등급으로 보는 이유다. 만약 KCB가 새평가모형과 기존 평가모형으로 각각 신용등급을 평가하지 않고 나이스평가정보처럼 하나로 단일화 하면 이런 논란은 없다.
◆KCB 내년 상반기까지 새평가모형 기반으로 신용등급 단일화”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소비자들은 소득 증가 등에 따라 신용등급이 개선됐더라도 당장 써먹을 수 없다. 적어도 KCB의 신용등급이 새평가모형에 따라 단일화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평가된 기존 평가체계로 평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KB국민카드, 하나SK카드 등 신용카드사, 현대캐피탈, 아주캐피탈, JB우리캐피탈 등 캐피탈사를 포함한 저축은행까지 금융회사 전반에서 KCB의 구평가모형을 기반으로 산출된 신용등급을 대출심사시 활용하고 있다. KCB의 새평가모형을 사용하는 곳은 신한은행 등 일부에 불과하다.
KCB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용등급 평가체계 혼용에 따른 불이익을 금융소비자가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CB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신용등급을 하나의 평가모형 체계로 단일화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비롯해 각종 심사시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과도기적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다만 KCB 측은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금융회사들이 먼저 나서 새평가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 선택하는 자율상황이기 때문에 ‘감놔라 배놔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해당팀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금융권에 새로운 신용등급 평가체계를 적용해 대출시 심사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새평가모형이 정착되기까지 나올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의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이 단일화되지 못하면 금융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 신용등급 체계가 다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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