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문학상은 다른 노벨상과 달리 수상일도 후보자도 공개하지 않지만 통상 10월 2째주 목요일 발표해온 관례대로 8일 밤, 수상자 공개가 유력시된다. 세계 문학팬들 관심을 집중시키는 올해의 수상자는 누가 될까.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의 후보자 배당률을 참고로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 분쟁지역 작가가 받을까
올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우크라이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부상했다. 배당률 5대1로 래드브록스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닌 제3국의 저널리스트를 1위에 올렸다. 알렉시예비치는 국내에 출간된 작품이 없지만,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라 불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장르를 창안한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작가는 다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의 형식으로 쓰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강렬한 작품을 선보였다. 알렉시예비치의 급부상은 러시아와 분쟁을 겪은 지역 작가라는 점이 주효했다.
난민들의 유럽행 빗장을 무너뜨린 세 살배기 난민 아일란 쿠르디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중동과 유럽을 향해있는 해이기도 하다. 내전으로 수많은 난민을 만들어낸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의 수상가능성도 배당률 16대1로 6위에 올라있다.
◆22년을 기다린 미국은
노벨문학상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나라는 미국이다. 1993년 토니 모리슨 수상 이후 22년 동안 수상 소식이 없었다. 그동안 노벨문학상은 유럽의 집안 잔치라는 말까지 들었다. 지난 10년간 6명의 수상자가 유럽작가일만큼 편중이 심했다. 현대문학을 이끌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필립 로스(8대1)와 조이스 캐롤 오츠(12대1)가 나란히 4, 5위에 올라 수상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로스는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다. ‘미국의 목가‘휴먼 스테인‘에브리맨 등의 대표작을 통해 전후 미국의 세태의 변화를 묵묵히 증언해왔다.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인 캐롤 오츠도 100여 권에 이르는 소설, 시, 산문, 비평, 희곡 등을 낼 만큼 왕성한 생산력과 함께 평단에서 호평까지 받는 미국 최고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미국에는 배당률 25대1로 15위에 오른 SF 거장 어슐러 르 귄, 33대1로 16위에 이름을 올린 가수 밥 딜런을 비롯해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도 50대1의 배당률을 나란히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즐비하다.
◆시인과 아시아의 기회는
지난 10년 동안 시인이 수상한 사례는 2011년 스웨덴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최근 3년 연속 소설가가 수상한 만큼 시인이 수상할 가능성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시인 아도니스가 6위에 오른데 이어, 한국의 고은 시인도 배당률 20대1로 9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최근 수년째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온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아시아 작가인 하루키가 수상하게 되면 일본은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2012년에 중국의 모옌이 수상한지 오래되지 않아 아시아권은 비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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