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에 나선 증권사들의 대규모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증권주가 싸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615만4205주)의 청약률은 100%를 기록했다.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은 2만2850원으로, 우리사주 배정 물량은 금액으로 1406억원에 달한다. 우리사주조합원이 1853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7589만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6068만원이었다. 지난 한해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에 앞서 지난달 말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메리츠종금증권도 우리사주조합에 상당한 물량을 배정했지만 모두 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신주 물량 2360만주, 총 828억3600만원 어치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 1인당 7260만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청약률은 109.54%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통상 우리사주 청약에 참가하는 직원들은 주식담보대출의 형태로 자금을 빌려 자사주를 매입한다. 주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7~10% 수준이다. 7000만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회사의 지원을 받아 3%대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1년간의 의무보유기간 동안 내야 할 이자가 210만원에 달한다.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대규모 우리사주 물량을 받아낸 것은 현 증권사 주가가 떨어질 데로 떨어졌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 발행가인 2만2850원은 사상 최저가인 2만866원과 2000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래에셋증권이 사상 최저가를 찍었던 2011년 10월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코스피가 1650선까지 떨어졌던 시기다. 올 4월 5만6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코스피 하락으로 2만원선까지 하락한 데다 유상증자 발행가는 15%의 할인율도 반영한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은 유상증자 후 1주당 0.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상증자 할인율을 30%로 적용했다. 주주 청약 당일 이 회사의 주가는 4760원이었지만 유증 발행가는 3510원이었다. 유증이 마무리된 지 1개월 가량이 지난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약 4500원선이다. 우리사주 물량을 받은 직원들은 28% 가량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직원 1인당 약 2048만원씩 벌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2011년 말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우리사주 물량을 받았다가 돈을 꽤 벌었다”라며 지수 조정기에 증자를 하다보니 지금 더 싸게 사서 1년 정도 갖고 있으면 이자비용 이상은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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