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 코끼리` 둔한 줄 알았더니···기민한 모디총리의 `테크외교`
입력 2015-09-29 15:47 

‘디지털 인디아라는 국가어젠다 달성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주요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1대 1로 만남을 갖고 투자를 부탁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를 방문한 모디 총리와 환담을 마친뒤 내년 말까지 인도 철도역 500곳에 와이파이(무선인터넷)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와이파이를 100곳에, 내년에는 추가로 400곳의 철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피차이 CEO는 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모디 총리 고향 언어(구자라트어)를 포함해 10여개 인도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MS는 인터넷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인도의 50만개 시골 마을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인도 중앙정부, 주정부, 통신 회사, 지역 인터넷 사업자와 협력해 방송사업자가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인터넷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와 사티아 나델라 모두 인도 출신이다.

반도체 칩 제조사인 퀄컴도 인도 스타트업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각종 혁신제품 생산을 돕기 위한 ‘디자인 하우스를 여러 개 짓기로 했다. 이밖에 존 체임버스 시스코 이사회 의장은 인도에 교육시설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 제조공장을 설치해달라는 모디 총리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비카스 스와루프 인도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인도가 세계 굴지 IT기업들로부터 많은 선물보따리를 얻을 수 있었던데는 모디 총리 특유의 친화력과 언변이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와 만찬에 참석한 한 CEO는 모디 총리가 우리의 제안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미국 IT기업 입장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인터넷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한다는 의미가 있다.
모디 총리는 27일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현재 소셜미디어 파워는 정부 잘못을 지적하고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대단하다”며 소셜 미디어는 민주주의를 위한 주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직원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CEO 사회로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그는 인도에서는 5년마다 총선을 치르지만, 온라인에서는 5초마다 선거를 치르고 있는 셈”이라며 ‘소셜 미디어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1520만명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접속한다. 전 세계 정치 지도자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일각에서는 모디 총리의 투자 유치 성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미 기간 중 사이버 해킹 논란과 관련된 자국 입장만 설파했고, 미국 IT 기업 CEO들과의 만찬 때도 일방적인 소통을 고수해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유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