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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엄마니까 괜찮아` 황신혜 치매, 현실감 입고 신파 벗었다
입력 2015-09-28 22:3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도 어언 15년이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중·장년층의 흔한 인사말이 된 요즘, 청춘에 준하는 50세에 치매가 찾아온다면?
28일 방송된 MBN 추석 특집드라마 ‘엄마니까 괜찮아(극본 김은하/연출 윤여창)는 이제 막 50세에 접어든 성공한 요리연구가 나종희가 어느 날 갑자기 치매라는 불청객을 맞닥뜨리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가족극이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일상에서 기억력 감퇴 증상을 겪는 나종희의 모습을 표면적으로 드러냈다. 잘 나가는 요리연구가지만 일에 매몰돼 살아온 지난 10여 년 사이, 종희의 가족 구성원들은 파편화됐다. 부부사이, 부모자식사이 모두 신통치 않다. 단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요리연구가 나종희만 있을 뿐.
그런 종희의 일상에 뭔가 이상한 낌새가 치고 들어왔다. 요리 하나만 보고 살아온 그녀가 재료를 자꾸 깜박하는가 하면,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핀잔을 듣는다. 심지어 몇 주 전 일어난 기분 좋은 에피소드조차 까마득해진 종희는, 무심코 신경외과를 찾았다 알츠하이머 초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알츠하이머 진단에 소위 ‘멘붕에 빠진 종희.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젊기 때문에 병세의 진행 속도마저 빠른 탓에 결국 일터에서도 실수가 잦아진 그녀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오픈 기념식에서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던 가족들은 종희의 뜻밖의 선언에 당황하지만 워낙 데면데면한 사이이기에 여전히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부인의, 엄마의 병세에도 남편과 두 딸들은 서로 간병하기를 꺼리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비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다.
오롯이 종희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엄마니까 괜찮아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흔한 ‘최루성 신파극이 아니었다. 종희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예상보다 침착하게,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후속 대책을 꾀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찾아오는 하늘을 향한 원망과 불확실한 미래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배우 황신혜는 이러한 종희의 복잡미묘한 심경을 차분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열연했다. 격앙된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빛. 모든 표현이 지나치게 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그려졌다. 캐릭터에 걸맞는 맞춤형 감정 완급조절력이 돋보였다.
‘엄마니까 괜찮아는 이러한 현실감 있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한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이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심도 깊게 그려간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으나 둘 다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예고 없이 생을 정리하게 된 종희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29일 오후 8시 30분, 2부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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