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亞 놀래킨 ‘철인’ 양동근도 홀로 버틸 순 없다
입력 2015-09-25 11:31 
잇따른 악재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남자농구대표팀 베테랑 가드 양동근.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제발 중국전까지 파이팅을 했으면 좋겠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보겠다.”
남자농구대표팀 주전 가드 양동근(34)은 만리장성에 맞서 강렬한 인상을 또 남겼다. 이틀 연속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엄청난 수비력까지 더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역시 양동근이었다. 하지만 양동근의 ‘파이팅도 중국의 ‘짜요를 홀로 싸워 버티긴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지난 24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201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예선 1라운드 C조 2차전에서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73-76으로 분패했다. 한 때 20점차까지 앞섰던 한국은 중국의 홈 텃세와 편파 판정, 막판 중국의 높이와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예선 전적 1승1패. 본선 12강 진출에 영향은 없었지만,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비록 결과는 졌지만, 최고의 스타는 베테랑 가드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 22득점을 몰아쳤다. 놀라운 것은 리바운드. 중국 장신 숲 사이에서 리바운드 10개를 낚았다. 감탄사가 나올 만한 최고의 활약이었다.
양동근은 지난 23일 예선 1차전에서도 조성민과 함께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난적 요르단을 87-60으로 손쉽게 제압했다. 이날 양동근은 3점슛 5개를 림에 꽂으며 17득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했다.
양동근은 예선 2경기에서 평균 20.5득점으로 전체 6위에 올랐고, 리바운드도 평균 8.5개로 공동 9위를 기록했다. 어시스트도 평균 6.0개로 2위에 해당한다. 3점슛도 8개를 성공시키며 최다 부문 2위에 올랐는데 성공률은 무려 80%(8/10개)에 달했다. 양동근은 대회 개막 2경기에서 아시아 최고의 클래스를 입증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양동근의 체력이다. 프로 리그와 달리 대회 일정은 빡빡하다. 예선만 해도 3일 연속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다. 양동근은 2경기에서 평균 33분55초를 소화했다. 아무리 ‘철인 양동근이라고 해도 매 경기 풀타임 가까운 시간을 뛸 수 없다. 특히 공·수에서 활동량이 가장 많아 피로도는 더 쌓일 수밖에 없다. 양동근이 중국전에서 경기 막판 체력적으로 힘겨운 모습을 보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김동광 대표팀 감독도 양동근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일단 대회 직전 가드 김선형이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대표팀에서 갑작스럽게 제외됐다. 김선형은 김동광호의 핵심 전력이었다. 양동근의 체력적 안배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가드가 전력에서 빠졌다. FIBA에서 한국의 이번 대회 예상 성적을 9위로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설상가상 백업 가드 박찬희가 중국 현지 연습경기 도중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사실상 경기에 뛸 수 없게 됐다. 박찬희는 수비 범위가 넓어 양동근의 체력적 안배를 위해 필요한 선수였다.
대표팀에서 남은 가드는 김태술밖에 없다. 그런데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번 대회 짧은 시간을 뛰긴 했지만, 슈팅 시도조차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실책만 4개를 저질렀다. 특히 중국전에서 나온 실책 3개는 치명적이었다. 불운도 따랐다. 사실 김태술은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술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 25일 예선 마지막 상대인 싱가폴전은 김태술에게 기회다. 싱가폴은 C조 최약체. 양동근이 충분히 휴식을 갖는 동안 김태술이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기량은 충분하다.
김동광 감독의 운용의 묘도 필요하다. 김태술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대회 직전 경험이 부족한 대학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선수 기용의 폭이 좁아졌지만, 중국전 압도적인 리드에도 막판 역전패는 감독의 전략 실패다. 파울 1개의 여유가 있던 김종규를 마지막까지 쓰지 않고 아꼈던 것도 제공권 약화의 빌미를 줬고, 문태영의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패턴의 변화도 부족했다.
최악의 분위기 속에 대회에 참가한 김동광호. 중국전에서 드러났듯 양동근 홀로 아시아 강적들과 맞서기는 버겁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