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겹친 대내외 악재에…얼어붙은 추석증시
입력 2015-09-23 17:44  | 수정 2015-09-23 21:42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잇따라 터진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크게 급락하면서 우울한 명절을 맞고 있다.
23일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발 글로벌 악재로 전날보다 37.42포인트(1.89%) 내린 1944.64에 거래가 마감됐다. 장을 시작하자마자 전거래일보다 20포인트 이상 떨어진 코스피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확대돼 결국 195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도 13.39포인트(1.93%) 내린 680.28을 기록했다.
삼성전자(-1.22%) 한국전력(-2.82%) 삼성물산(-5.18%) 등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이 모두 하락했고 20위권 종목에서도 LG화학(3.10%)과 네이버(1.81%) 단 두 종목만 상승했을 뿐 줄줄이 급락했다. 특히 전날 폭스바겐 리콜 사태의 수혜 기대감에 급등한 '자동차 3인방'은 이날 차익실현 매물로 현대차가 4.27% 급락한 것을 비롯해 기아차(-3.40%)와 현대모비스(-2.52%)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날 잠깐 반등했던 국내 증시는 글로벌 악재에 또다시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글로벌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 발언으로 연내 금리 인상 우려가 재부각된 데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8%로 제시하면서 급락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1.09% 하락했고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독일(-3.80%)과 프랑스(-3.42%), 영국(-2.83%) 등 유럽 주요 증시도 맥을 추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의 9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코스피는 물론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 중국 상하이지수도 1~3%씩 하락했다. 이 같은 글로벌 악재가 줄줄이 터지면서 추석 연휴를 앞둔 국내 증시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증시 거래가 얼어붙었다.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4조889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 6~7월 4조원을 넘어섰던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3조1630억원까지 떨어지면서 이달 증시 전체 하루 거래대금은 8조원을 간신히 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락장이었던 6~8월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귀환도 전망이 어둡다. 이날 외국인은 지난달 27일 이후 최대치인 2997억원어치 주식을 파는 등 3거래일째 순매도 중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4조원 이상 매도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에도 1조원 넘게 팔면서 4개월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며 "거래대금 감소, 외국인 공백은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관망세를 짙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이탈은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 대만에서는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이어가다 셋째주 6억5500만달러를 사들였지만 이번주 다시 3억3500만달러를 팔았다. 필리핀 베트남 등도 지난주 '반짝 매수'를 보였다가 다시 팔자로 돌아서고 있다.
외국인 공백 속에 증시를 떠받쳤던 기관투자가들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순매수 규모가 약해지고 있는 점이 염려된다. 기관투자가는 이달 둘째주만 해도 1조5464억원 사들였지만 셋째주에 6623억원, 이번주엔 1549억원으로 매수 강도를 낮추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소한 추석 연휴 이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추석 전엔 기관 등의 차익 매물 등이 나오면서 약세를 띠는 경우가 많았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추석 연휴 전 5거래일 동안 코스피 평균 등락률은 0.19%로 연휴 이후 5거래일 평균(2.14%)보다 훨씬 낮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연휴가 오면 그동안 생길 수 있는 돌발 악재 때문에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았다"며 "올해는 글로벌 증시환경이 불안한 만큼 이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갈수록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망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낙폭 과대 종목에서도 업황과 수급상황이 개선되거나 경기 사이클에 덜 민감한 자동차, 화장품, 통신업종 중심으로 보수적 투자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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