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처와 후처라는 얄궂은 인연으로 만난 두 여인이 세월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데. 46년 이라는 세월동안 두 사람은 엄마와 딸, 언니와 동생, 혹은 친구 같은 가까우면서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MBN스타 김진선 기자] ‘춘희막이는 46년 세월을 함께 한 춘희할머니와 막이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먹먹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힐링 영화다.
지난 4월 개막한 제 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호평을 받은 ‘춘희막이는 8월 개막한 제 1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앞서 흥행을 이룬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잇는 작품이라고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나 나오나”라고 카메라를 보며 말하며 아이같은 미소를 짓는 춘희할머니, 그리고 옷에 뭐 묻었던데 빨래 안 하나”라고 시크하게 말하는 막이 할머니는 각별한 존재다. 씨받이를 한 여인은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라고 시작하는 영화의 문구대로, 춘희할머니는 태풍과 홍역으로 두 아들을 잃었던 막이할머니 대신 두 아들과 한 명의 딸을 낳았다.
하지만 관계가 주는 무게와 달리 두 할머니는 동반자가 됐다. 얼굴에 묻을 것을 떼어주는가 하면, 씻고 나서 옷을 내려주기도 한다. 밖에 나갔다가는 꼭 서로의 것 까지 챙기기도 하고, 반찬도 놓아주는, 그야말로 가족이다.
숫자를 세지 못하고, 금액을 알지 못하는 춘희할머니를 걱정하는 막이할머니는, 엄마가 딸을 타이르듯 알려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시크한 언니처럼 욕을 내뱉기도 한다. 때문에 동생같고, 딸 같은 춘희할머니는 막이할머니가 없을 때는 밥도 잘 못 먹고 내내 할머니를 생각하고 기다린다.
‘춘희막이는 시간에 순응한 채 살아가는 두 할머니의 삶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동시에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여성스러운 옷을 입는 춘희할머니나, 안 되겠다. 벗어라”라고 말하는 막이할머니, 밤을 주워가며 뒤로 슬쩍 숨기는 춘희할머니 등의 모습, 이제 마지막일 것 같다”고 말하며 춘희할머니와 함께 남편 산소를 찾은 막이할머니의 표정이 특히 그렇다.
때문에 치열하고 뾰족할 수밖에 없던 예민한 마음에는 단비 같은 여유를 느끼게 하며, 탐욕으로 찌든 생각에는 부질없음을 새삼 깨닫게 할 것이다. 이는 관계와 시간을 뛰어넘어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노부부 못지않게 아름답고 정겨운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30일 개봉.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