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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니다” 박용택, 그 이상을 보는 남자
입력 2015-09-23 06:01 
LG 트윈스 박용택은 오늘의 기록에 만족하지 않고 내일을 보는 남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서민교 기자] 나에게 기억에 남는 기록은 없다.”
지난 2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마친 뒤 박용택(36·LG 트윈스)이 남긴 한 마디였다. 이날 박용택은 KBO리그 최초로 4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더 배우고 싶다”였다.
박용택은 KBO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4타수 4안타를 때리며 152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152개)부터 시작해 2013년(156개) 2014년(159개) 2015년(151개)까지 4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했다. KBO 역사상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역대 ‘타격 제조기라고 불렸던 타자들도 4년 연속 꾸준하지 못했다. 개인 통산 최다 안타의 주인공인 양준혁(은퇴·1996~1998년)을 비롯해 이병규(LG·9번·1999~2001년) 장성호(kt·2001~2003년) 김현수(두산·2008~2010년) 최형우(삼성·2013~2015년) 손아섭(롯데·2012~2014년)이 3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했다.
서용빈 타격코치도 박용택의 기록은 대단하다. 꾸준하지 않으면 세울 수 없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도 대기록을 홈런으로 장식했다. 축하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대기록을 세운 박용택은 오히려 무덤덤했다. 박용택의 첫 마디는 10년, 20년 계속 치고 싶다”였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4년 연속 150안타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 개막 전 목표를 세웠다. 144경기로 늘어나 정규시즌 목표는 200안타였다. 그는 내 목표는 200안타였다. 달성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빠진 영향도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업&다운이 심해 정말 힘든 시간도 있었다. 정말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박용택이 힘든 시기를 보낸 시점은 7월이다. 한 달간 타율이 2할1푼9리로 추락했다.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이후 박용택은 타격 폼을 바꿨다. 한 손을 놓는 동장으로 스윙 궤적을 수정했다.
박용택은 야구가 참 어렵다. 지금도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다. 시즌 도중 너무 힘들어 다른 스타일을 찾은 것뿐이다. 지금도 배우고 또 느끼고 있다. 신기하다. 그래서 야구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야구는 배움이다. 프로 14시즌을 보내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다. 4년 연속 150안 기록이 큰 의미를 주지 않는 이유도 그렇다. 그는 단기적인 기록은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저 계속 한다는 것밖에 없다. 사실 한 달만 빠져도 어렵다. 몸 관리를 하면서 꾸준히 해야 하는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4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한 타자는 없었지만, 박용택도 이 기록에 큰 의미는 없었다. 그는 내 생애 뜻깊은 기록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끝나는 날까지 내가 확신이 서고 알아가야 하는 것 같다”며 지금도 어렵고 조금씩 수정을 해가면서 배워가는 과정이다”라고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날 숨겨진 기록이 하나 더 있었다. 박용택은 스스로 민망해 했다. 하지만 4년 연속 150안타보다 더 의미를 둔 기록이다. 바로 타점 부분. 박용택은 올 시즌 78타점으로 지난 2012년 76타점을 넘은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박용택은 정말 창피한 기록이다. 이제 78개의 타점을 올렸다. 경기수가 늘어나 의미가 없다”면서도 말했다. 그는 다름대로 희망을 느끼는 것은 하나다. 내가 타격을 새로 배우면서 희망을 찾고 내년이 기대되는 것이다. 올 시즌 그 자신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년에 2000안타를 기록하면 큰 의미를 둘 것 같다”고 올해가 아닌 내년을 바라봤다.
박용택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없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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