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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9살 여진구, `애늙은이` 같지만 남자이자 어엿한 배우
입력 2015-09-22 17:28 
영화 '서부전선' 소년병 영광 役

"코믹 장르 욕심 있죠"

"힘들 땐 응원하시는 팬들 생각하고 힘내요"

"'베테랑' 유아인 선배, '진짜 나빴어요'…저도 악역 하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여진구(18)는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다. 어느새 컸나 싶다. 하긴 이제 목소리만 들으면 '그냥 남자'다. "이제 '의무적 고민'은 대학 입학"이라는 그는 "중학생 때는 벼락치기가 통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힘들다"고 웃었다. "그래도 이것 말고 다른 고민은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 못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응원받으면서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연기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다. 배역을 맡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다. "골똘히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방법이 나오진 않는 것 같아요. 고민이라기보다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죠. 제가 삶의 경험이 많아지면 모르겠지만,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풀리는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이 상황에서 이 감정은 어떤지 캐릭터를 잡아가요. 감독님과 선배들 도움받아서 연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24일 개봉하는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에서도 그랬다.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병사 남복(설경구)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병사 영광(여진구)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영화. 두 사람의 호흡이 찰떡같다. 여진구는 설경구와의 호흡이 "긴장됐다"고 회상했다. "대선배이시고 제가 좋아하는 선배니까요. 선배들과 연기하면 늘 떨리는 것 같아요. 설경구 선배는 특히 영화 ‘실미도의 느낌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시더라고요. 너무 편했던 것 같아 좋았어요.(웃음)"
그는 "설경구 선배님도 그렇고 모든 선배님이 말로 어떤 조언을 해주는 어떤 건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게 많다"며 "이번에는 선배님이 역할에 대해 심취하는 모습이 실제와 연기가 전혀 분간이 안 되더라. 옆에 있는데 항상 남복 같았다. 그런 모습을 정말 배우고 싶었다. 몰입하기 편했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웃음 포인트가 많다. 코미디 욕심이 있었던 걸까? "많은 분이 코믹 장르에 욕심 있을 것 같아요. 무거운 역할도 재미있지만, 상대적으로 밝은 것을 찍으면 자신도 현장에서 재미를 느끼거든요. 코미디 욕심이 생기기도 하죠. 실제 개그 본능이 있느냐고요? 제 딴에는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하."
여진구는 또 "'서부전선'은 이전 전쟁영화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며 "웃음이 많고 밝다. 따뜻한 에너지가 있는 것도 좋았다. 영화 '웰컴투동막골'과는 다른 '서부전선'만의 매력에 끌렸다”고 좋아했다. "영광이라는 캐릭터도 좋았다. 저도 군대 경험이 없다 보니 동질감을 느꼈고, 행동이 이해됐다.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만족해했다.
6·25는 동족상잔의 비극인데 코미디로 비치는 것이 걱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니, 여진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무거운 비극일 수밖에 없는 전쟁영화이기도 하지만 졸병들의 이야기가 초점"이라며 "촬영하면서 생각이 가벼워졌다. 멋있어질 필요도, 낯설어할 필요도, 익숙해 할 필요도 없더라. 현장에서 즐겁게, 편하게 촬영해서 그런지 부담감이나 불안감도 없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제가 맡은 영광이는 투철한 군인 정신을 가진 모습도 없어요. 구수하고 익숙한 듯한 그런 사투리를 쓰는 북한군 병사이고 싶었을 뿐이에요. 또 저는 코미디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요. 관객들을 웃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일 수 있잖아요. 아무리 코미디라고 해도 그게 가벼운 장르는 아닌 것 같아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른스럽다. 친구들 얘기할 때는 아직은 학생티가 날 줄 알았는데 비슷하다. "여배우들과 로맨스를 찍을 때는 떨린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지만, 이내 진지해졌다. 최근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호흡을 맞춘 요즘 대세 걸그룹 AOA 설현과 관련한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에피소드 하나를 전했다. 키스신을 찍고 나서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입술 한 번 만져 봐도 되냐?" "세수했냐?"고 물었고, 여진구는 당연하다는 듯 "미쳤냐?" "씻었지"라고 답했는데 돌아오는 친구들의 반응은 한숨이었다. "야! 평생 안 씻어야지!"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여진구는 심드렁했다.
"어렸을 때 악기도 배우고 운동도 해봤는데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어려워진다 싶으면 귀찮아지고 싫어졌다"는 여진구. 하지만 "연기는 어렵고 모르겠어도 어떻게든 풀고 싶고 잘 소화하고 싶었다"는 욕심이 있었다. 또 "너무 쉽게 많은 것을 놓지 말라"며 책임감을 일러주신 부모님 덕분에 다른 것보다 연기는 오래 할 것 같다. "일찍 진로를 찾은 아들을 보고 다행스러워하고 응원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전하는 그에게서 또 어른의 모습이 겹친다. 지칠 때 힘이 되는 건 무엇이냐고 하니,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힘들 때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생각난다. 그런 생각에 다시 힘을 낸 적이 많다"고 답했다. 몸도 마음도 어른이다. 하긴 걸그룹 노래보다 김연우, 김동률 노래를 듣는 게 좋다는 여진구다.
딱 봐도 누나들인데 여진구를 향해 "오빠"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목소리부터 걸걸하고 남성미가 점점 더 풍기고 있는 여진구를 보고 있노라면, 응당 그런 반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진구도 싫지 않은 눈치다. 그는 "누나들인데 정말 귀여운 것 같다. 소녀 감성이시더라. 저한테 그렇게 부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불러주니 현장 분위기도 재미있어지는 것 같았다"며 최근 있었던 한 행사 현장에서도 누나들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른 에피소드를 전하며 껄껄 웃었다. "저보고 오빠라고 하시는 누나들 보면 재미있어요. 싫지 않아요. 들을 때마다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듣다 보니 일종의 별명이 됐다고 해야 할까요? 더 친근해진 것 같아 좋아요."
일반인 누나들도 그랬지만 여배우 누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최근 끝난 케이블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앙큼한 연기를 선보였던 박보영도 공식 석상에서 여진구와 로맨스 호흡을 맞추길 바란 바 있다. 여진구는 "저도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현재 여진구의 몸과 마음의 성장 속도라면 조만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여진구는 로맨스도 좋지만 악역도 하고 싶다고 바랐다. '다크나이트'의 조커의 행위에 설득당했단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악한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베테랑' 유아인 선배 보면서 '진짜 나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멋지게 연기하신 것 같더라고요. 저도 악역을 보여 드리고 싶은데 이왕 하게 된다면 좀 더 매력적인 악역을 하고 싶어요. 악역을 잘했다는 건 정말 나쁘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맞는 것 같아요. 여기에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악역이면 더 좋겠죠?"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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