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품 매치 키워드 : 외로운 김광현, 미세함의 차이
입력 2015-09-21 21:30 
SK의 김광현은 21일 문학 KIA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지만 5⅓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의 충돌은 흔한 카드가 아니다. 1988년생 동갑내기로 2007년 프로 데뷔 이래 딱 네 차례 맞붙었다. 521일 만에 성사된 대결은 5위 혈투를 치르는 SK와 KIA의 현주소까지 더해져 기대치를 더욱 키웠다. 그리고 경기의 절반에 이르기까지 부응하는 명품 매치였다.
둘 다 웃지 못하더라도 둘 다 웃을 수 없는 대결이었다. 1승이 절실한 가운데 마주한 외나무다리에서 무승부는 서로가 원치 않은 결과였다. 사이좋은, 양보하는 대결 구도는 절대 아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 그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추는 조금씩 기울어졌다. 먼저 마운드를 내려간 건 김광현이었다. 양현종은 좀 더 버티면서 KIA의 승리를 이끌었다. 3연패 탈출과 함께 5위 탈환의 불씨를 살렸다. SK와 승차는 0.5경기. 2.5경기까지 벌릴 수 있었던 SK로선 땅을 친 한 판이었다.
기록상으로 양현종의 판정승. 양현종은 6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광현과 다섯 번의 맞대결만에 처음으로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반면 김광현은 탈삼진 7개를 잡았으나 4실점을 했다. 6회도 버티지 못했다(5⅓이닝). 홈 4연승 행진은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종료.
양현종이 김광현보다 잘 던졌다. 맞춰잡는 투구는 매우 뛰어났다. 투구수도 아꼈다(총 77개). 완봉승까지 도전할 만 했으나 스코어가 5점 차로 벌어진 데다 주말 경기도 대비해야 했다. 그러나 김광현이 못 던진 건 아니다. 김광현은 마운드 위에서 너무 외로웠다. 미세한 차이가 명품 매치의 승부를 갈랐다.
KIA는 타격이 뛰어난 팀이 아니다. 3연패를 하면서 7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2점을 가까스로 넘길 정도. 지난 주말 2연전에서도 SK 마운드에 농락당했다.
KIA는 이날도 타선이 답답했다. 2회와 5회에 무사 1,2루의 기회를 맞이한 가운데 번트 작전은 번번이 실패했다. 선행주자를 한 베이스 더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걸음만 했다. 아웃카운트만 1개 더 늘리면서.
KIA의 베이스러닝도 좋지 않았다. 5회 1사 1,2루서 김주찬이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김강민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무리였다. 그러나 우익수 브라운의 커버 플레이도 다소 늦었다. 싹쓸이가 가능했던 한 방.

하지만 포구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김민우는 3루가 아닌 2루로 향했다. 완벽한 판단 미스. 이미 1루 주자 백용환이 2루를 돈 상황이었다. 기차놀이도 아니고 나란히 달리게 될 판이었다. 백용환은 3루까지, 김민우는 홈까지 뛰는 걸로 교통정리가 됐으나 당연히 생각보다 ‘느린 베이스러닝이었다. 빠르고 조직적인 중계 플레이였다면, 홈에서 아웃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실수는 KIA보다 SK가 더 치명적이었다. SK 내야진은 전달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포수 이재원에게 공이 향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문제는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나 더 그랬다. 그 하나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뒤이어 5회 2사 1,3루에서 까다로운 브렛 필을 낙차 큰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이재원은 공을 다리 사이로 빠트렸다. 3루 주자 김주찬의 홈 무혈입성.
여기에 6회 1사 3루에서는 3루수 이대수의 타구 방향 예측 잘못으로 점수를 헌납했다. 평범한 내야 땅볼이 적시타가 된 매우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이를 끝으로 김광현은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 SK는 타선이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KIA는 그 실수를 틈타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4회 필의 선제 홈런이 터졌지만 안심할 수 없던 1-0 스코어였다. KIA의 빈약한 공격력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SK의 자멸이었다. 7회 쐐기 득점 또한 유격수 김성현의 무리한 송구에 따른 실책 덕분이었다. 미세함의 차이가 명품 매치의 운명을 뒤바꿨다. KIA의 7-0 승리. 긴장감 넘쳤던 경기는 너무 싱겁게 마무리됐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