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喜’ 양현종vs김광현 ‘悲’, 뒤바뀐 운명의 수레바퀴
입력 2015-09-21 20:50 
21일 문학 KIA-SK전을 앞두고 진행된 김광현(오른쪽)의 1000탈삼진 시상식에서 양현종(왼쪽)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21일 문학 KIA-SK전은 ‘빅 매치였다. SK와 KIA가 가을야구 티켓을 놓고 벼랑 끝 싸움을 벌이는 데다 선발 카드는 1988년생 동갑내기인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의 ‘빅뱅이었다. 역대 다섯 번째 대결이 2014년 4월 18일 이후 521일 만에 성사됐다.
19일과 20일 경기를 모두 쓸어간 SK가 KIA를 제치고 5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승차는 1.5경기. 끝내려는 SK와 살려는 KIA의 승부였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자존심 싸움은 곧 두 팀의 운명까지 걸려있다.
역대 전적은 김광현의 우위. KIA에 유난히 강했던(18승 8패 평균자책점 2.80) 김광현은 양현종이 등장해도 2승 1패 평균자책점 2.16의 짠물 투구를 펼쳤다. 반면,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8.40으로 매우 높았다. 승리투수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과거가 꼭 현재로 이어지는 ‘방정식은 아니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운명의 단두대 매치에서 에이스는 진가를 발휘했다.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그리고 서로에게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을 것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그들의 낙차 크고 예리한 변화구에 타자들은 헛스윙만 했다. 3회까지 탈삼진만 양현종이 5개, 김광현이 3개였다. 나란히 2회 주자 2명을 내보냈지만, 번트 시 선행 주자 아웃(김광현) 및 병살타(양현종) 등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광판에는 숫자 ‘0으로 가득했다.
SK의 김광현이 21일 문학 KIA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지만 4실점을 하며 5⅓이닝 만에 강판됐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그러나 영원불멸할 것 같던 균형은 오래 지나지 않아 깨졌다. 경기 시작 1시간을 막 넘은 시점이었다. 흐트러짐 없던 싸움, 그 균형을 깬 건 4회 브렛 필의 홈런이었다. 김광현에 유독 강했던(이날 경기 전까지 8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필이 또 강펀치를 날렸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맞붙으면, 누군가는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김광현은 6실점을 한 적이 있으며, 양현종도 7점까지 내준 적이 있다. 필의 강펀치가 셌나 보다. 와르르 무너진 건 김광현이었다. 필의 홈런 이후 세 타자를 삼진 2개를 솎아 아웃시켰으나 그 위력은 5회 반감됐다.
안타만 3개를 맞았다. 필을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잡고도 포수 다리 사이로 공이 빠져 실점이 1점에서 2점으로 늘었다. 앞서 김주찬의 2루타 때 2루 주자 김민우의 순간 판단 미스로 1실점에 그쳤던 걸 고려하면, 행운은 끝까지 김광현의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6회 1사 3루서 3루수 이대수의 수비 위치 판단 착오로 추가 실점까지 했다. 야수는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점점 김광현의 완벽투는 실종됐다. 5⅓이닝 만에 강판(4실점).
반면, 지난 8월 28일 수원 kt전에서 타구에 맞은 뒤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던 양현종은 이날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내성도 강했다. 잘 버텼다. 5회 이대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포수 백용환을 부르며 뭔가 안 풀리는 듯 보였으나 2사 1,2루서 이명기를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 위의 양현종은 더욱 단단했다. 6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77개(스트라이크 52개-볼 25개)에 불과했다. 김광현과 맞대결에서 첫 무실점이었다.
KIA의 양현종이 21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