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권 여성 임원들 `자녀 금융교육 비법` 들어보니
입력 2015-09-21 17:31  | 수정 2015-09-21 19:36
은행권 여성 임원들은 조기 금융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정 우리은행 부행장. [이충우 기자]
"아이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돈 나오는 기계로 아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녀들에게 통장 잔액 관리법을 알려주는 것부터 금융교육이 시작돼야 한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은행권 여성 임원들이 금융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쏟아낸 얘기다. 그들은 특히 금융교육도 '조기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은행에서 고객을 상대하고 집에서 자녀 교육을 전담하면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이들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금융교육은 영·유아기부터 조기에 실시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어릴 때 돈을 어떻게 벌고 사용하고 모으는지 관심을 가져야 성인이 돼서도 합리적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아이들이 어릴 때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길래 돈이 없다고 했더니 '은행 기계에서 돈이 나오지 않으냐'고 반문해 깜짝 놀랐다"며 "어려서부터 통장 잔액을 관리하는 법부터 시작해 건전한 소비습관과 금융지식 등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은 "'용돈을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줄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용돈 사용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그에 따른 상과 벌을 주고 부모 스스로도 생활 속에서 수입·지출을 규모 있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금융사 직원에게 의존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 기본적인 금융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옥정 우리은행 부행장은 "요즘도 영업점 창구에서 '어떤 상품이 좋으냐'고 막연하게 묻는 고객이 많다"며 "기본적인 금융지식이 있어야 본인에게 필요한 상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고 여성 금융인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유명순 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은 "딸들이 어렸을 때부터 'Game of Life'와 'Monopoly' 같은 게임을 즐기면서 인생 단계별로 겪는 금융 관련 의사결정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걸 지켜봤다"며 "보드게임 같이 쉽고 재미있는 게임이 금융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금융교육 콘텐츠의 일환으로 '금융 뮤지컬'이 보다 확산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는 회사·개인의 기부를 받아 기부자가 지정한 학교에서 뮤지컬을 공연하는 '1사 1교 찾아가는 금융 뮤지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뮤지컬을 통해 어려운 금융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다양한 금융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금융교육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정책 제안도 나왔다. 21일 금융연구원이 개최한 금융교육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자 맞춤형 금융교육이 중요하다"며 "대통령 직속 금융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금융교육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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