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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김의 야구컨디셔닝] ‘수호신’ 오승환의 돌직구, 그 성공의 비밀
입력 2015-09-18 06:02  | 수정 2015-09-18 09:22
오승환은 자신의 몸의 특징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만의 독특한 트레이닝으로 몸을 관리해온 투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경기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일 오사카)=정일구 기자
마운드에 우뚝 선 오승환(33·한신)을 바라보면 매우 다부진 체구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키는 요즘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오히려 아담한 축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삼성 시절, 야구장에서 만난 오승환은 가까이서 보고 흠칫 놀랐을 정도로 근육량이 많아 보였다. ‘홈런킹 박병호(넥센)의 허벅지, 팔뚝 크기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만한 근육을 갖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타자들과 달리) 근력 보다 유연성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고 만들기 때문에 오승환의 울끈불끈한 근육은 매우 특별해 보였다.
투수로서는 그리 적합하지 않는 체격 조건으로 승승장구하는 오승환의 특별함에 지속적인 의문을 던진 결과,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됐다.
우선 마무리 투수라는 자리가 오승환을 편하게 해줬을 수 있다. 만약 선발 투수였다면 힘으로 투구를 하는 오승환에게는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한 가지는 오승환의 몸 관리 능력이다. 아마추어 때 팔꿈치를 수술한 이후 꾸준한 몸 관리로 본인만의 운동법을 완성시켰다는데 그의 성실하고 똑똑한 노력이 현재의 오승환을 만들어냈을 것 같다.
삼성에서 던지던 당시 오승환을 도왔던 김현규 트레이너(삼성)는 오승환의 최대 장점으로 스스로의 체력적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오승환은 악력과 허리 파워가 유도나 레슬링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겨룰 만큼 강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유연성은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 그러나 근육의 크기에 비해서는 썩 괜찮은 편인데, 특히 어깨의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김 트레이너의 증언이다.
이러한 자신의 몸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던 오승환은 스스로의 투구 폼에 맞는 운동을 그만의 스타일대로 정립하여 ‘오승환표 운동을 했다. 투수 트레이닝 메뉴로서는 그리 애용되지 않는 전완(손목) 운동이라든지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몸을 단련했다.
사람의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듯 신체적 능력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베스트 운동법은 모두 다를 것이다. 투수에겐 최적의 투구폼이 이 사람 저 사람 다를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무분별하게 유명 선수의 운동을 무조건 따라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내 몸과 맞지 않는다면 불편하고 어색하여 나만의 개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오승환처럼 성장하고 싶은 젊은 투수들이라면, 그들이 따라해야 할 것은 오승환의 투구폼과 운동법이 아니라 그의 똑똑한 선택과 성실한 노력이다. 자신의 신체적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스스로에게 가장 알맞는 투구폼과 트레이닝 방법을 완성한 것이 오승환의 진짜 경쟁력, 그의 성공의 비밀이니까.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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