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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버린’ 정의윤, 2011년 박병호 향기 물씬
입력 2015-09-17 12:43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부담을 버렸다. 이제 4번타자도 두렵지 않다.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는 정의윤(29, SK)에게서 2011년 박병호(넥센)의 향기가 물씬난다.
정의윤은 지난 7월24일,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2대2 트레이드로 10년간 입었던 줄무늬 LG유니폼을 벗고 SK의 선수가 됐다. 트레이드 전까지 정의윤은 32경기 타율 2할5푼8리 7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냈다. 또 1명의 터지지 않은 ‘LG 출신의 거포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런데 이적 이후, 완벽하게 달라졌다. 44경기서 타율 3할8리 10홈런 33타점을 기록하며 SK의 4번타자로 새롭게 거듭났다. 특히 16일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생애 첫 두자릿수 홈런 시즌을 만들었다.
같은 기간 정의윤이 때린 홈런은 리그 공동 9위에 해당하는 성적. 어지간한 팀의 간판타자 만큼이나 아치를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도 중심타자로 손색이 없다. SK이적 이후 3할7푼1리의 출루율과 5할7푼3리의 장타율을 기록, OPS가 9할4푼4리에 달한다. 특히 정의윤의 통산 장타율이 3할7푼6리인것과 비교하면 SK이적 이후 보여주고 있는 반전은 후반기 가장 놀라운 퍼포먼스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그런 정의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이름이 있다. 바로 같은 前 LG출신의 박병호다. 박병호 역시 LG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거포 유망주에 그쳤다. 그랬던 박병호는 2011년 7월31일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슬러거로 거듭났다.
정의윤의 지금 모습이 마치 2011년 후반기의 박병호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박병호는 2011년 이적 이후 김시진 넥센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하에 꾸준히 출장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51경기서 타율 2할6푼5리 12홈런 28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리고 박병호는 2012년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으로 폭발했다.
정의윤 역시 현재 SK의 4번으로 꾸준히 나서고 있다. 가라앉은 팀 타선의 흐름속에서 몇 안되게 제몫을 해주고 있는 정의윤에게 김용희 SK 감독도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플레이의 질이 달라졌다. 조급하게 쫓기는 듯 야구를 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평상시 얼굴에도 미소가 넘친다. 요즘 정의윤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얼굴이 좋아졌다라고.
사진=MK스포츠 DB
16일 홈런 포함 2타점을 올려 승리를 견인한 정의윤은 경기 종료 후 4번타자로서 부담감은 전혀 없다. 단지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선두타자면 출루를, 득점 상황이면 타점을, 장타가 필요한 상황이면 홈런을 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호성적의 비결을 설명했다. 부담을 털어낸 정의윤의 요즘 모습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정의윤과 박병호는 동갑내기다. 그리고 상무야구단에서 병역을 수행했다. 박병호가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우선지명으로, 정의윤이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에 입단한 인연이 있는 입단 동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쏠리는 두 사람의 비슷한 행보. 한 야구인은 요즘 정의윤을 두고 만개하기 이전에 꽃봉오리가 조금씩 빛을 드러내는 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평행이론같은 것이 아닌,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버틴 정의윤에게서 비슷한 길을 걸은 박병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가 나는 것이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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