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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벗길가요] 홍재목이 그리는 한 폭의 노랫말
입력 2015-09-15 16:27  | 수정 2015-09-16 14:12
사진제공=파스텔뮤직
‘벗길가요는 노래의 멜로디를 벗겨내고 오로지 가사에 집중해 눈으로 음악을 읽는 코너입니다. 노래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대. 작사가들을 직접 만나 노랫말 속 숨어있던 의미와 탄생 배경 등을 들어볼까요? <편집자 주>


[MBN스타 안세연 기자] 제 노래를 듣는 이들이 각자 품고 있던 장면들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홍재목은 그룹 파니핑크에서 작사와 작곡, DJ 까지 담당했던 실력자로 제1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솔로 가수로서 발매 한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와 ‘심야. 두 곡은 간단한 어휘로 나열되어 있지만 깊은 감정이 느껴진다. 상반된 화법으로 전개되나 담담하고 초연한 정서는 분명 닮아있다.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는 간단한 가사 속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노래 속 화자는 ‘사랑의 결실에 대해 고민하며 ‘무조건 적인 사랑을 갈망한다. 자신의 상대가 고양이면 좋겠다는 재치 있는 소망이 돋보이는 가사다.

Q. 언제 작사한 곡인가

이 곡은 사실 2013년도에 작사했어요. 그걸 올해 조금 손 봐서 발매한 거죠. 가사는 거의 비슷해요. 오래전에 쓴 가사는 바꾸기 힘들더라고요. 2013년도에는 제가 군 복무 중이었고 작년 초까지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이후 내 싱글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가 떠올랐어요. 이게 제가 기존에 쓴 곡 중 밝은 편에 속해요. 또 더운 여름에 조용한 음악을 하기엔 저도 좀 괴로워서 리듬감 있고 가벼운 느낌의 노래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에 나오게 됐죠.”

Q. 가사의 영감을 준 매개체는 무엇

다큐멘터리 두 개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쓴 가사에요. 프로그램 제목은 기억이 잘 않는데 하나는 서른에 대한 이야기였고 하나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서른이 된 연인들이 결혼 준비를 하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그로 인해 겪는 갈등이 주 내용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제 바람을 적게 된 거죠.”

Q.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떠나서 그 사람을 만나 처음에 사랑했던 감정만 가지고 이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는 노래에요. 고양이나 반려동물들은 나만 보고 나만 사랑해주잖아요. 내가 작은 집에 살든 큰 집에 살든 상관하지도 않고요. 내가 가진 조건이나 환경적인 영향들을 크게 받지 않는 반려동물같이 나에 대한 무조건 적인 사랑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거죠.”

Q. 왜 하필 고양이인가?

가사 후반부에 보면 느린 호흡을 가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저는 지금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유는 없고 금방 질려 하고 마음도 빨리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계에 있어서는 느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인거죠. 실제로 고양이들을 보면 행동이 느려요. 잘 뛰지를 않거든요. 느림의 미학을 고양이의 행동에 빗대어 쓴 거에요.”

Q.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니 나를 재촉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지금 세상은 사람들에게 빨리 어른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이런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오히려 다른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빨리 어른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승진도 하고 싶어 하고 취업을 하고 나면 안정된 것들을 찾아가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 익숙함에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더라고요. 가사에도 익숙함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 익숙함은 관계가 아닌 변화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거에요. 세상이 정해놓은 형태라는 게 있는데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면 질타를 받는 것을 보면서 그냥 그 사람 그대를 봤으면 좋겠다. 그 사람 처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가사에 포함한 거죠.”

Q. 듣는 이가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나

이 가사의 어감은 그냥 ‘아~ 고양이면 좋겠다~에요. 그냥 작은 바람을 툭 던지듯이 말한 거죠. 이 곡을 듣는 사람들은 자기 옆에 있는 연인을 보며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 사람이 가지고 있던 처음의 모습 그대로를 지금도 보고 있는가? 내 시각이 달라지진 않았나? 시간이 지나면 잘 못 보거든요. 많이 잊어버리고 연애를 하게 되죠. 내 기준에 맞춰서 상대를 평가하지 않고 이 사람을 처음 좋아하게 된 모습들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심야

‘심야는 홍재목이 파니핑크가 아닌 솔로 가수로서 처음으로 발매한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인 동시에 영화 ‘심야식당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한 노래다. 홍재목이 미국 여행 당시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을 보며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특히 추상적인 가사가 눈에 띄는데 직설적인 화법의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와 확실히 다른 맛이 느껴진다.

Q. ‘심야를 쓰게 된 배경은?

‘심야는 시각적인 요소가 많은 곡이에요. ‘심야 앨범 커버를 변영근 일러스트레이터 분이 만들어주셨는데 제가 여행을 했던 사진을 보고 그걸 토대로 그려주신 거거든요. 노래도 그때 이야기를 담은 거에요. 미국 하이웨이는 굉장히 어두워요. 헤드라이터를 끄면 주위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하늘에 별이 진짜 많이 보여요. 그 장면을 풀어내 봤어요.”

Q. 당시 어떤 감정을 표현한 것인지

여행을 했던 당시는 제가 파니핑크라는 팀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때라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였어요. 차를 세우고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별이 막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이루고자 했던 꿈을 달과 별을 쫓듯이 따라가는구나. 그런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예술 계통 사람들은 그런 게 있어요. 1등이 우선시 되고 1등을 하지 못하면 조바심이 나고 항상 경쟁에 노출되어있죠. 내가 원하는 꿈 역시 그런 힘든 상태에서 바라보니까 더 고되 보이고 나는 끝난 것 같고 그런 감정들을 느끼면서 이 가사가 한꺼번에 떠올랐어요.”

정말 힘든 일은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자 이겨내고 삼켜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런 위로를 혼자 여행을 하면서 자연에게 많이 받았어요. 자연들이 저에게 괜찮다고 얘기 해준다는 느낌을 받은 거죠. 그래서 ‘괜찮다라는 문구를 쓴 거고요. 파도나 바람이 나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다 괜찮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Q.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그래 그건 사랑이라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눈물과라는 가사가 있는데 사람들이 여러 방도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사랑이라는 게 설명을 할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실패했던 연애와 헤어짐 들은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버리고 싶고 떼놓고 싶던 아픔들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만들어 줬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다 버리지 않고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그래서 그게 사랑이고, 다 너다. 그런 것들이 다 너를 이룰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네가 갖고 있었던 모든 아픔 때문에 지금의 네가 있다.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심야가 영화 ‘심야식당과 콜라보레이션 한 곡이잖아요. 그 작품의 본질적인 주제가 ‘위로에요. 외로운 사람들이 오고 그들에게 식사를 내어주고 앞서지 않은 위로를 건네는 건데 ‘심야를 통해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역시 같아요. 그냥 툭 던지듯 ‘잘했어 이 정도?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그저 안아준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안세연 기자 yeonnie88@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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