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26일가량 앞둔 14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시사하면서 북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당 창건일을 즈음해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예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에서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이 예측이 실현될 가능성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이 과거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 당시와는 다른 양상으로 시험 발사 계획을 시사한 것으로 볼 때, ‘정식 예고라기보다는 ‘여론 떠보기 작전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5일 ‘광명성 2호와 2012년 4월13일 ‘광명성 3호를 장거리 로켓에 실어 보냈을 때는 이번처럼 발사 계획이 있음을 시사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광명성 2호 때는 발사 전날인 4월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통보를 통해 위성 발사 준비가 완료됐으며 곧 위성이 발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명성 3호 때는 한달 전인 3월16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4월12일부터 16일 사이에 발사된다”며 더욱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형식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를 것”이라며 모호하게 발사 계획을 시사했다.
국가우주개발국장이 새로운 지구관측위성 개발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다”고 말해 발사 준비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 것도 눈에 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북한이 약한 형식으로 추상적인 발사 계획만을 이야기한 것으로 볼 때, 발사를 정식으로 예고했다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아침 시간에 맞춰 밤 10시51분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여론 떠보기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다.
이번달 미중 정상회담,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일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표 주체와 발표 시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행동을 예고했다기보다는 여론을 주도하며 탐색을 해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대북 정책 전환이 있다면 발사를 연기하거나 유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자주적 권리를 과시하면서도 당 창건일 기념행사에 앞서 내부 결속을 꾀하고 발사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번 발표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인공위성 발사는 자주권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이미 여러 번 되풀이된 내용이고 지난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동구호에도 ‘우리 식의 첨단과학기술위성,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쏘아올리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예정된 수순에 따라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당국자들이 원론적으로 언급했던 것보다는 좀 더 진전된 형태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외적으로는 인공위성 발사가 자주적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의 자주와 존엄을 상징하는 인공위성을 통해 결속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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