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깜깜한 삼성전자…볕드는 현대차
입력 2015-09-14 04:03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두 종목의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지지부진한 반면 시총 2위인 현대차는 상승세가 확연하다.
지난달 말 107만원 밑으로 내려갔던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110만원을 회복했지만 계속해서 111만원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밑으로 내려가며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확산됐음에도 부정적인 실적 전망이 주가 반등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수요가 감소한 데다 반도체 시황 또한 좋지 않아서다. 삼성전자 실적을 이끄는 양대 축이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성장세는 이미 꺾인 상황이다. 중저가폰이 고가폰 시장을 대체하는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스마트폰 부문 수익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양이 하락함에 따라 반도체 수요 부진도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가전 수요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삼성전자는 매출액 51조1000억원, 영업이익 6조3454억원을 기록하면서 기존 예상치 대비 각각 2.6%, 13.0% 하락할 것"이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전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IM부문(IT 모바일)의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9.8% 증가하겠지만 중저가폰 위주의 판매 증가라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 않다"며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보다 13.9% 하락함에 따라 IM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3.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 6월 자동차업종 투매를 야기했던 중국 판매 급감 '쇼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시장 실적이 조금씩 개선됨에 따라 중국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 배당성향을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업계 평균인 25~30%까지 올리겠다는 방침도 투자심리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개 분기 동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현대차의 기세를 '순풍이 분다'고 표현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평균 달러당 원화값이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하락해 수출에서 환율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자동차 소비세율이 5%에서 3.5%로 낮아져 연말까지 내수 시장이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바닥을 찍은 뒤 국내 증시를 이끌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 소외됐던 현대차 주가가 2017년까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에서 최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 향상이 실적 개선과 함께 어우러진다면 향후 현대차의 주가 회복이 선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져 나오면서 현대차 주가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5만원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9월에 나온 리포트들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최소 18만원(메리츠종금증권)에서 최대 21만원(토러스투자증권)으로 제시하고 있어 아직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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