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에 빠진 가운데 천연고무 가격도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도쿄 선물시장의 천연고무 지수가 킬로그램 당 167.80엔으로 3개월 전보다 27%나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구리(15%), 서부텍사스 원유(23%) 보다 큰 하락폭을 보인 것이다.
전세계 천연고무 생산량의 40%를 소비하는 중국 경기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로 외국계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중국 제조업체들이 천연고무를 수입하는데 부담이 더해진 탓에 가격 하락세는 가속화됐다. WSJ는 천연고무가격은 영향을 받는 변수가 적어 주요 소비국 경기에 특히 민감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생산국들이 공급 감소에 실패한 영향도 있다. 올해 1분기에만 300만톤이 넘는 천연고무 재고가 쌓였는데, 이는 향후 3개월간 수요를 넘어서는 규모다. 싱가프로 원자재 거래 업체 RCMA 그룹의 크리스 파르디 실물거래부문 대표는 지난 3년간 생산 과잉으로 재고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천연고무 가격 급락에 일부 업자들은 생산단가조차 맞추지 못했다. 인도 카나타카 지역 천연고무 생산업자들은 kg당 115루피(약 2061원)에 생산해 110루피(약 1972원)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선물시장 투기 세력으로 인해 천연고무 가격 변동 폭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투기세력이 실제 수급과 상관없이 중국 증시만 따라 움직이는 탓에 고무 가격이 붕괴했다는 분석이다. 나카야마 히로유키 필립 증권 마케팅 대표는 중국 경기 하강이 아직 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천연고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