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0억 재산가가 소득하위?…저소득 이유로 의료비 돌려받아
입력 2015-09-09 13:02 
5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일부 직장인이 지난해 병원진료를 받고 자신이 부담한 의료비 일부를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산은 많지만 근로소득이 적은 탓에 건강보험 당국이 '소득 최하위층'으로 분류하면서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재산가도 소득 하위로 만드는 불합리한 본인부담상한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본인부담상한제에서 50억원 이상 재산이 있는 직장가입자 중 153명은 소득 최하위층(1분위)으로 분류됐습니다.

이를 재산규모별로 보면 50억~100억원 136명, 100억원대 16명, 200억원대 1명 등이었습니다.

이들 153명은 50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지만 소득최하위층으로 분류돼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병원을 이용하고서 자신이 직접 부담한 의료비 중 연간 120만원을 넘은 금액을 모두 돌려받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1년간 병원이용 후 환자가 부담한 금액(법정 본인부담금)이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책정된 본인부담 상한금액을 넘으면 그 초과금액을 전부 환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료(본인부담)가 월 3만440원 이하인 직장가입자는 소득 하위층으로 평가받아 1년간 자신이 부담한 금액이 120만원 이상이면 모두 돌려받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이들 50억원 이상 고액 재산가 직장인 153명 중에서 9명은 총 578만1천890원의 본인부담금을 환급받았습니다.

이를테면, 113억원의 재산을 가진 직장인 A씨는 건강보험료로 월 2만9천950원을 부과받기 때문에 소득 최하위층으로 분류돼 2014년 1년간 병원이용후 직접 부담한 의료비 가운데 23만5천980원을 돌려받았습니다. 101억원의 재산이 있는 직장가입자 B씨도 마찬가지입니다. B씨는 139만7천780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건강보험공단이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하면서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오직 '건강보험료'만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료를 매길 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모두에 부과하지만, 직장가입자는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고려하지 않고 소득에만 부과합니다. 이 때문에 고액 재산이 있지만, 근로소득이 적은 직장가입자는 낮은 건강보험료 덕분에 소득 하위층으로 평가받아 더 많은 본인 부담 환급금을 받습니다.

최 의원은 "지역가입자든 직장가입자든 똑같이 소득과 재산 모두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한 번에 바꾸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전에 본인부담상한제라도 먼저 소득과 재산을 함께 고려하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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