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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천만영화, 참 쉽죠잉?
입력 2015-09-09 10:12  | 수정 2015-09-09 10:31
1000만 영화가 되기 위한 조건들, 그리고 변수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올여름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 두 편이 잇따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다. 여기에 16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 역시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란 분위기가 있다. 재미보다는 교훈과 송강호-유아인의 연기 '케미'가 볼거리라 호불호는 갈리지만 좋은 평가가 많아 한국영화의 '쌍천만'을 너머 '쓰리천만' 얘기까지 나온다.
1000만 관객 동원. 상징적인 숫자이기에 영화계에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꼴로 이 영화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니 대단한 기록이다. 아무리 문화생활을 즐길 게 없다고는 하지만 한 달 새 영화를 2~3편 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근래 매년 한두 편씩 1000만 영화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1000만 영화 만들기가 대수롭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결과론적 이야기다. 1000만명 동원이 쉬워 보일 뿐이다.
대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 개봉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영화는 개봉 첫 주가 중요한 승부처다. 언론과 평단, 일반 관객 등의 평가를 보고 개봉관 수가 결정된다. 예매율과 배우들의 면면도 그 결정에 영향을 준다. 처음에 800~1000개 관을 잡았다면 1000만 영화 달성의 시작은 충족된 셈이다. 매주 새 영화들이 등장하니 초반 몰이를 하지 못하면 상영관을 뺏기기 십상이다. 전체 2300여개 스크린 중 1000개 관 확보이기에 독과점 논란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1000개 이상을 잡았으나 예매율 하락 등이 이어지는 등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기록 달성에 멀어지는 건 당연하다.
20~30대가 입소문을 내야 한다. 이들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부모와 동생, 친척을 극장으로 가게 해야 기록 달성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재관람률도 무시할 수 없다. 왜 본 영화를 또 보느냐고 이해 못 하는 이도 있지만 여운을 즐기고 감동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다. 두 번째 봤을 때 다른 지점을 보게 된다는 이유다.

CGV리서치센터에 문의한 결과, 재관람율은 '암살'(7월22일~9월8일)과 '베테랑'(8월5일~9월8일)이 각각 6.1%나 됐다. 또 '암살'과 '베테랑'을 비롯해 과거 '명량', '국제시장' 등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들에서 20~40대 관객들의 재관람율이 높았는데,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다시 영화관을 찾는 이가 많았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쟁영화 상황도 1000만 기록 달성에 영향을 끼쳤던 큰 변수 중 하나였으나 이번 '암살'과 '베테랑'의 동반 흥행을 보면 의미가 없음이 드러났다. 재미가 있고 괜찮은 콘텐츠라면 동반 쌍천만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1000만 돌파 영화가 텀 없이 연속으로 두 편 나오기는 2015년이 처음이다.
반면 영화 만듦새가 좋지 않거나 대중의 기호 파악에 실패하면 흥행할 수 없다는 걸 '협녀: 칼의 기억'과 '손님'이 보여줬다. 괜찮은 배우들이 나와도 대중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논란에 휩싸인 배우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번 기사마다 "~~한 누구누구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댓글이 달린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잠재고객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물론 관객의 기호를 맞추긴 쉽지 않다. 요구사항도 많다. 모든 걸 충족 시키진 못한다. '암살'이나 '베테랑'을 좋아하는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1000만 영화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3대 투자배급사인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이제껏 한 번도 1000만 영화를 '생산'하지 못했다. 괜찮은 작품을 내놓지 못했고, 운도 작용하지 않았다. 롯데는 올해 잠실 제2롯데월드몰 부실 공사 문제부터 형제간 경영권 다툼 등 구설이 많아 최악의 해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관객들에게 많은 걸 충족시켜줘야 한국 영화사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요즘이다. 물론 요즘 극장가 추세라면 1000만영화 톱10에 이름을 언제까지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과거 영화들이 이름을 오래 머물게 했으나 최근 영화들이 기록 경신하고 있다.
최초 천만영화 '실미도'와 비슷한 시기 대기록을 달성했던 '태극기 휘날리며' 등은 톱10에서 사라졌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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