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흔들리는 산업은행, 민영화 실험 5년에 ‘정체성 혼란’
입력 2015-09-07 17:37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정체성 혼란 탓이 크다.
산업발전을 지원해야 하는 ‘국책은행과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상업은행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민영화를 추진하다 다시 국책은행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이 되다보니 채권단과 부실기업 사이에서 눈치만 보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한편에서는 원금 회수를 원하는 채권단에 휘둘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추가자금 지원을 계속하라는 정치권과 부실기업 압력에 밀려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금호산업 매각이다.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산은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리더십도 국책은행으로서의 책임감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은은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애매한 입장을 고수해 매각을 더디게 만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최대 주주인 미래에셋PEF 입장이 강경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상은 국책은행으로서 헐값매각 혹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시비가 불거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산은의 경우 추가자금 회수가 안돼 재정건전성이 악화돼도 정부로부터 손실 보전을 받기 받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추가자금 회수 실패시 모든 책임을 추가 지원을 결정한 실무담당자(여신심사역)가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채권단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설프게 국익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퍼주기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정책금융기관으로 완전히 방향성을 잡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체성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이나 정책당국이 우리에게 평소에 국책은행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대우조선해양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시중은행처럼 리스크관리를 못했다고 이중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문제”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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