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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 홈플러스 7조2천억에 MBK와 계약…1조3천억 배당은 철회
입력 2015-09-07 17:35  | 수정 2015-09-08 14:09
영국 테스코가 보유한 홈플러스 지분 100% 매각 과정에서 추진하던 홈플러스로부터의 1조3000억원 규모 배당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홈플러스 대규모 배당에 따른 자본금 감소 및 재무구조 악화, 이에 따른 테스코의 '먹튀' 논란 등이 이로써 막을 내렸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배당 철회는 국내 여론 악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홈플러스 인수자인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승부수를 띄운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BK는 홈플러스에 향후 2년간 1조원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며 홈플러스 구조조정 우려를 없애려는 모습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도 사장은 지난 2일 MBK가 홈플러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테스코 이사진을 만나 배당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배당 철회는 도 사장이 테스코 이사진을 직접 만나 '배당 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담판을 지은 결과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관련해 테스코의 '먹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 사장이 대표직을 던지면 홈플러스 매각은 안갯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홈플러스 임직원의 매각 관련 반발이 거세지며 대규모 파업이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 기업 가치가 떨어지면서 테스코가 받을 수 있는 매각대금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도 사장이 '배수의 진'을 친 까닭이다.
테스코는 지난 회계연도에 10조원의 대규모 손실을 본 여파로 홈플러스 연내 매각 성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배당 추진 소식으로 인해 국내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배당 여부를 고심하던 테스코 이사진이 결국 도 사장의 승부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MBK 역시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테스코의 세금 관련 차액을 거래대금 산정에 포함하겠다고 나서며 테스코가 이 같은 결정을 굳히도록 힘을 보탰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는 통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본계약 체결 전까지 거래가격을 깎는다"며 "가격 산정 과정에서 테스코가 배당을 철회할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 부분을 반영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 후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추가 인수 위험 등을 실사해 거래가격을 일부 깎는다. 최근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8300억원에서 4%가량 할인한 7900억원에 최종 본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MBK는 테스코의 배당 철회를 감안해 인수가격을 소폭 올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홈플러스 임직원 위로금을 직접 책임지는 한편 테스코의 배당 철회를 유도하는 가격 산정 행보를 보이는 등 여론 친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PEF 업계 관계자는 "이익 관점만 놓고 봤을 때 홈플러스 배당이 강행되는 것이 MBK에는 유리했다"며 "MBK가 단기적 이익보다 여론 친화라는 '장기 이익'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 인수 후 보유 국내 기업만 7곳, 자산 규모 38조원으로 대기업 집단 못지않은 덩치를 가지게 되는 MBK가 '돈만 아는' PEF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MBK는 홈플러스에 향후 2년 동안 1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집행할 계획을 밝혔다. 김광일 MBK 대표는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업계 선도 기업으로 미래 성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MBK가 공격적인 홈플러스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힘에 따라 향후 국내 유통업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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