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어급 IPO 종목들만 안 오르는 이유는
입력 2015-09-07 14:14 


최근 1년새 상장한 새내기주들이 증시 부진에도 대체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어급 IPO(기업공개) 종목들의 수익률은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PO 시장에도 중소형주와 제약·화장품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된데다 대어급 종목의 공모가도 비교적 높게 책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새 상장한 코스피·코스닥 113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51.4%로 나타났다.
이 기간 코스피가 6.0% 하락하고, 코스닥이 13.6% 오르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익률이다.
113개 신규 상장 종목 가운데 102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올랐고,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11개사에 불과했다. 대략 IPO 종목 10곳 중에 9곳의 주가가 오른 셈이다.

하지만 대어급 IPO 종목들의 수익률은 상당히 부진하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 넘는 대어급 IPO 종목 7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4곳이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5000억원 이하 규모의 IPO 종목 95개 가운데 단 7개 종목만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7월 상장한 이노션은 6만8000원에 공모를 받았지만 현재 이보다 19.1%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노션은 상장 이후 2개월여 동안 공모가인 6만8000원을 한번도 터치한 적이 없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었던 미래에셋생명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생명의 공모가는 7500원이지만 주가는 5000원선으로 22.9% 낮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상장한 데브시스터즈, 씨에스윈드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각각 -46.1%, -47.1%다. 1년새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주가가 오른 대어급 종목 가운데 삼성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이슈가 있었던 곳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형 IPO종목의 주가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중소형주 강세 현상을 꼽는다. 연초 이후 제약·화장품주를 중심으로 중소형주가 증시를 이끌었다. 연초 540선이던 코스닥 지수는 지난 7월 788선을 찍기도 했다. IPO 종목들도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와 제약업종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모가 대비 주가가 100% 이상 급등한 종목(스팩 제외) 15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7개사가 제약업종이었다.
또 증권업계에서는 대형 IPO 종목의 공모가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다소 높게 형성되는 관행도 지적하고 있다. 대형 IPO 계약을 따내기 위해 증권사들이 경쟁하다보니 자연히 공모가 수준도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도 그룹 계열사의 경우 그 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어 공모가가 비싸도 더 많은 물량 인수 의향을 보이게 된다”라면서 1조원짜리 대형 IPO 종목은 상장 이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만 막상 상장하고 나면 시총 순위 100위권의 회사이기 때문에 관심도 급격히 식어 주가도 지지부진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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