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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오늘부터 사랑해’ 고윤, 커피 향처럼 부드러운 배우
입력 2015-09-07 13:44 
[MBN스타 유지훈 기자] 187cm이라는 큰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 누가 봐도 훤칠하다. 부드러운 중저음 목소리와 짙은 인상의 그는 어딘지 모르게 올곧음이 곳곳에 묻어났다.

최근 고윤은 KBS2 일일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에서 정윤호 역을 열연했다. 반년동안 드라마를 찍으며 정신없이 달려왔던 그는 종영을 앞두고 가쁜 숨을 돌리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오늘부터 사랑해는 긴 호흡의 첫 작품이었어요. 6개월을 매일 촬영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 안가니 허전하고 시원섭섭하네요. 드라마가 끝난 후 안경을 벗고 긴 웨이브 머리도 짧게 잘랐어요. 외모가 너무 달라져서 드라마에 나왔다는 걸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이 스타일로 좋은 작품을 찍으면 되겠다는 마음이죠.”

사진=이현지 기자
고윤이 열연한 정윤호는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최연소 수상의 커피 천재 바리스타다. 그는 윤승혜(임세미 분), 강도진(박진우 분)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서사의 중심에 섰다.

제가 계속 조·단역만 하다가 한 극을 끌어가고 개입이 많이 하는 역할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작가님들이 정윤호라는 역에 내 말투와 성격을 굉장히 많이 반영해줬어요. 때문에 연기하기 너무 편했어요.”

정윤호는 윤승혜가 자신처럼 ‘만델링이라는 커피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사랑에 빠진다. 때문에 러브라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델링이 가지는 의미가 중요했을 것이다. 고윤은 이 러브라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만델링은 흙냄새가 강하게 나는 인도 쪽 원두인데 마시면 비가 내린 뒤의 진흙 향이 나요. 마초적인 원두라 남자들이 좋아하죠. 정윤호와 윤승혜의 가장 강력한 매개체인 만델린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어요. ‘만델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뭘까 ‘정윤호가 왜 만델린을 좋아하게 됐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명한 핸드드립 커피 집에 찾아가서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며 역할을 준비했어요. 이제는 실제로도 만델링을 좋아하게 됐어요.”

사진=이현지 기자
정윤호는 윤승혜를 향한 일편단심 순정남의 면모를 보여줬다. 자신과 결혼을 앞둔 윤승혜가 강도진과의 추억 때문에 괴로워 할 때조차 오히려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때로는 시청자로 하여금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고윤은 정윤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승혜가 계속 도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니 나중에는 물질적으로도 도와줬죠. 백화점에서 수십 벌의 옷과 구두를 사주고, 카페를 차려주고, 빚을 갚아주고. ‘정윤호가 오죽 불안했으면 이런 걸로 마음을 확인받고 싶었나 하면서 안쓰러웠어요.”

고윤은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아들이라는 사실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때문에 더욱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조심스러워했다.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는 순탄치 않았던 배우로서의 시작을 털어놨다.

‘오늘부터 사랑해의 강도진을 보고 많이 공감했어요. 강도진은 미국에서 의대를 다니다가 파티셰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한국에 들어와요. 그리고 전화로 어머니에게 미국에 있다고 거짓말하는 신이 있죠. 저도 사실은 미국에서 회계학과를 다니다가 아무도 모르게 한국에 와서 배우를 준비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새벽에 전화를 걸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낮인 마냥 전화를 받았어요.”

부모님의 도움 없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홀로서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나름의 기지를 발휘, 대중 앞에 설 기회를 만들어냈다.

연기와 관련된 일하려고 노력했어요. 연출부 막내, 방송국 다큐멘터리 통역, 대학로 카페 바리스타 등등 다양했죠. 연출부 막내 당시 제가 했던 작품은 영화 ‘가문의 수난이었어요. 제가 거기서 열심히 막내 일을 하는 것 보고 임형준 선배가 제게 연기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연기 레슨까지 해주시고 소속사도 소개시켜주셨어요.”

그는 자신만이 가진 장점을 중저음의 목소리를 꼽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장점을 배제한 연기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신인의 패기와 도전정신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사진=이현지 기자
항상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과 드라마 관계자분들은 제 목소리를 칭찬해요. 그래서인지 한 번쯤은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말 없는 수행비서, 조직의 행동대장. 이런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 ‘진돗개 윤계상,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신세경 선배가 보여줬던 눈으로 하는 연기들이 부러워요.”

집안의 반대로 시작한 배우라는 직업은 고윤에게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하지만 기회를 만들어내고,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발로 뛰는 자세에는 그만의 기지가 돋보였다.

아버지는 제게 ‘공인의 삶은 너무 힘들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너무 크다. 하지만 정녕 너의 꿈이 배우라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중에 잘 된다면 술이나 한잔 사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올 그 날을 위해 언제나 열심히 할 거예요.”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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