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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view] ‘사도’, 왕과 왕의 아들…이들의 비극적 운명
입력 2015-09-07 13:41 
사도 세자에 이입돼 영조를 이해하게 된다. 이후 정조가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내가 임금이 아니고 네가 임금의 아들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느냐.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사도 中)

[MBN스타 최윤나 기자] 왕, 그리고 왕이 될 왕의 아들. 조선 역사를 통틀어 이들의 관계는 보통사람들의 부자(父子) 관계 같을 수 없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광해군으로부터 위협을 느꼈던 선조,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태종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태조가 있었고, 청과 가까이 지내는 소현 세자가 왕 자리를 탐한다는 소문에 그를 불안해했던 인조가 그러했다.

‘사도는 그중 가장 비극적이라 전해진 영조(송강호 분)과 사도 세자(유아인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조와 사도 세자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뒤주에 갇힌 8일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과거, 미래를 넘나들며 설명한다. 왕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누구보다 아들을 완벽하게 키우고자 했던 영조,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도 세자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는 것이다.



영조는 형을 독살했다는 소문, 태생적 콤플렉스까지 안은 채, 왕의 자리에 있으며 누구보다 자신의 아들을 강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사도 세자는 그런 영조가 쉽사리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아 매번 좌절만 경험하다, 결국 인원왕후(김해숙 분)의 죽음을 기점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는다. 왕과 왕이 될 아들의 운명이 낳은 비극적 결과였다.

이야기의 전개는 뒤주에 갇힌 사도 세자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영조와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조(소지섭 분)로 마무리된다. 처음엔 영조에게 끊임없이 채찍질 당하는 사도 세자의 마음에 몰입, 이후엔 왕의 입장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들마저 뒤주에 가둬야 했던 영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또 그 두 사람의 운명을 지켜본 정조의 안타까운 마음까지 더해져, 관객들을 전지적 시점에서 모든 상황을 받아드릴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만약 영조와 사도 세자가 왕과 왕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신하들까지도 살피고 왕으로서의 품위로 잃지 않아야 했던 왕 영조는 그 자리가 얼마나 힘겨운지 알기에 아들에게 채찍질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집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면, 그런 부담감은 떨친 채 맹목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아버지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와 사도 세자 유아인의 호흡도 기대감을 확실히 충족시키는 부분이었다. 송강호는 복잡한 영조의 내면을 간접적, 때로는 직접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 유아인은 전작 ‘베테랑의 캐릭터와는 또 다른 광기어린 모습으로 완벽히 사도 세자에 이입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소지섭은 특별 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묵직한 존재감으로 마무리를 지어냈다. 이준익 감독의 웰메이드 사극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는 16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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