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주사 전환후 IPO로 글로벌화
입력 2015-09-07 04:02 
◆ 막오른 거래소 구조개편 (하) ◆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입법 발의되면서 마침내 거래소 기업공개(IPO) 첫 단추를 채웠다. 내년 3월 3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거래소가 IPO를 통한 자금조달로 외국 선진 거래소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는 연말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 뒤 내년 말까지 '한국거래소지주(가칭)'를 상장할 예정이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사진)은 인터뷰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 시장이 상호 의존적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활을 건 선의의 경쟁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거래소가 상장되면 시가총액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6년 상장 추진 당시 순자산 1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예상한 시총이 1조3000억~1조4000억원이었다. 현재 순자산이 2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한 계산이다.
특히 거래소 지분을 보유 중인 증권사가 IPO 이후 거둬들일 막대한 수익 중 일부를 떼어내 공익기금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의 독점적 사업 발생 차익 전부를 기존 주주가 향유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어 대상과 범위, 기금 출연 시기 등에 대해 정부와 주주, 지역대표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익기금출연관리위원회를 발족시켜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금은 분리 예정인 코스닥시장 발전을 비롯해 증시 기반시설 투자, 인재 양성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후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 이사장은 "해외 거래소 M&A 사례를 보면 2조~3조원 이상 대규모 자금이 소요된다"며 "현재로서는 어림없고 IPO를 통한 외부 자금조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거래소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런던상품거래소(ICE)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인수해 세계 최대 거래소로 도약했고, 홍콩거래소(HKEx)는 런던금속거래소(LME)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자회사 106개를 보유하고 있는 나스닥은 IT 전문회사를 다수 인수해 증시 IT시스템 판매 세계 1위이고, 홍콩거래소도 M&A를 통해 세계 원자재 상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지금 같이 매매수수료에만 치중된 수익 구조로는 더 이상 먹고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2008년 맥킨지에서 컨설팅을 실시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인수할 것을 제안받았지만 당시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어 포기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IPO 이후에는 주식 발행이나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M&A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거래소와 지분 교환을 통해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비상장인 거래소의 지분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지만 IPO 이후에는 지분 가치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가 NH투자증권이 보유한 한국거래소 주식의 법정 소유 한도(5%) 초과분에 대해 인수를 제안했지만 지분가치가 현저하게 낮게 평가돼 지분 교환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싱가포르거래소(SGX)와 지분 교환을 통해 손을 잡았고 △미국 나스닥·두바이거래소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브라질거래소 △런던증권거래소(LSE)·캐나다 증권거래소그룹(TMX)이 각각 전략적 제휴를 연계한 지분을 교환한 상태다.
최 이사장은 "지주회사 전환과 IPO가 알려지자 벌써 해외 거래소 서너 곳에서 지분 교환 제안이 들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상장하면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공동 지수나 공동 상품을 개발해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최 이사장은 "중국 일본 대만 등과 아시아 증시 대표 종목을 담은 '아시아공동지수' 개발도 추진 중"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파생상품 등과 같은 투자상품도 교차 출시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 지역은 파생상품시장과 IT 인프라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 IPO 자금을 기반으로 파생상품거래소를 조인트 벤처 형태로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CME나 Eurex 등 해외 주요 파생상품시장과 교차 상장 등의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또 해외 장외파생상품 딜러 간 중개업무(IDB)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전병득 기자 /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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