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高임금구조 대수술 신호탄…금융권 확산될듯
입력 2015-09-03 17:39  | 수정 2015-09-03 23:32
"같은 점포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20·30대 직원들과 고금리 시대 예대마진 영업에 안주해온 팀장·부장급 직원들 간 '세대 갈등' 조짐이 불거지고 있다." (A 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 "연봉 1억5000만원을 받아가면서 영업실적은 연봉 5000만원 이하 신입 행원만도 못한 고참들이 허다하다. 고참들 고용할 돈으로 차라리 신입 3명을 뽑자." (시중은행 본사 과장 유 모씨)
국내 3대 금융그룹 경영진이 9월부터 급여(상여 포함)의 30%를 반납하겠다는 '깜짝 선언'을 3일 내놓은 것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금융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노동개혁 기치를 내놓은 가운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의 고임금구조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게 3대 금융그룹 회장단이 한목소리를 낸 배경이다.
3대 금융그룹 회장이 향후 반납할 급여는 연간 8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지난해 기본급과 단기 성과급을 포함해 모두 8억8300만원을 받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10억7100만원을 받았다. 이 기준대로 하면 한 회장과 김 회장의 연봉 반납 규모는 각각 2억6490만원, 3억2130만원이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의 지난해 급여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봉 반납 규모는 2억3000만원가량이다. 회장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계열사 대표들과 임원들도 각각 20%, 10%의 연봉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렇게 마련된 연봉 반납 재원은 신입사원과 계열사 인턴, 경력사원 등 연간 신규 채용 확대에 활용할 예정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3대 금융그룹 경영진 연봉 반납으로 향후 2년간 1000명 이상의 추가 채용이 예상된다"며 "다른 금융그룹으로 경영진 연봉 반납 움직임이 확산되면 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대비 78% 증가한 1580명의 신규 채용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금융사들은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많게는 80%가량 늘려 잡았다. 하나·외환 통합 준비로 올해 상반기 채용을 실시하지 않았던 하나금융그룹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80% 늘어난 1200여 명의 신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도 고졸과 경력단절여성을 포함해 올해 모두 1500명의 신규 채용이 예정돼 있다.
3대 금융그룹 경영진의 이번 자구 노력은 단순히 '재원 마련'을 위한 자진 연봉 삭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젊은 직원보다 간부급 연령대의 고참이 많은 고질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업력이 떨어지는 인력에 대한 무분별한 고임금을 손질하기 위한 '선전포고' 차원에서 경영진의 연봉 반납 조치가 나왔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 같은 고참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으로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채용 여력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맞춰 수수료 확대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이번 연봉 반납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금융권 전반의 고용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리면서 청년 고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점포 구조조정은 고용 자체가 줄어들어 경기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고,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로 생긴 여력만큼 청년 고용을 채워넣는 데서 효과가 그친다"며 "지금의 고임금구조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금융연구원과 함께 오는 23일 금융권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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