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북이 빙고 울리며 오찬 진행…"중국 측의 각별한 배려"
입력 2015-09-03 09:36 
거북이 빙고/사진=MBN
거북이 빙고 울리며 오찬 진행…"중국 측의 각별한 배려"
朴대통령 애창곡·별그대 OST 울리며 '무신불립' 오찬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오찬은 2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1시간4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30여개국 정상 가운데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특별오찬까지 진행한 것은 박 대통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도 연쇄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 측의 각별한 배려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오찬을 위해 나란히 서대청으로 이동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서로 마주보며 양국현안을 논의했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찬장에선 옆으로 나란히 앉았습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양 정상간 내밀하고 심도깊은 의견교환을 위해서" 이렇게 자리가 배치됐다고 말했습니다.

낮 12시27분 시작된 오찬에는 냉채, 연밥백합탕, 대파 해삼찜, 꽃등심 스테이크, 황금 죽순과 아스파라거스 등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중국의 보르도'로 불리는 하북성의 '장성 레드·화이트' 와인도 곁들어졌습니다.

메뉴판에는 양 정상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으며 박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이심전심 무신불립'이, 시 주석 사진 밑에는 '번영창조 미래개척'이라는 글귀가 한글과 한자로 적혀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무신불립(無信不立)은 시 주석이 지난해 7월 방한 당시에도 사용한 표현입니다. 시 주석은 당시 언론 기고문을 통해 논어에 등장하는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無信不立)란 성어를 소개하며 '양국신뢰'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오찬장에선 모두 10곡의 양국 대표 노래가 번갈아가며 울려 퍼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애창곡인 거북이의 '빙고'를 비롯해 '아리랑' '오나라'(드라마 대장금 주제가), 'My Destiny'(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 수록) 등이 연주됐습니다.

중국 노래로는 시 주석 부인으로 유명가수 출신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대표곡인 '희망의 들판에 서서'(在希望的田野上), '첨밀밀' '당신에게 장미 한 송이' '야래향' 등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오찬은 정상회담과 달리 순차통역으로 진행됐습니다.

오찬 직전에 열린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으며 한중 정상은 속도감 있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34분간 회담에서 양국 정상간에 아주 많은 정보가 오갔다"며 "순차통역으로 치면 70분 회담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34분), 특별오찬(1시간4분), 리 총리 면담(40분) 등 방중 첫날에 중국 권력서열 1.2위 인사를 모두 만나 2시간18분 동안 양국의 정치, 경제, 외교 현안을 모두 논의했습니다.

특히 정상회담에는 시 주석 측근인 리잔수(栗戰書)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중국의 정무, 외교, 안보 핵심인사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측 고위인사들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 중 박 대통령이 베이징에 짧은 시간 머무르면서도 가장 중요하고 가장 의미있는 일정을 가졌다"는 설명을 내놓았다고 청와대가 전했습니다.

한편,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청와대도 시시각각 자료를 통해 이를 전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 발언 내용이 오역되는 해프닝도 빚어졌습니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첫 번역한 정상회담 모두발언 자료에는 시 주석이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명시돼 있었으나 우리 대사관이 최종적으로 번역해 내놓은 자료에는 해당 발언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정상회담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던데다 빠른 시간에 번역해 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 발언을 과도하게 의역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번역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 문화원에 번역을 부탁했는데 의역하면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빨리 (자료를) 지원하려다보니 생긴 일로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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