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빈민출신 흑인의사 벤 카슨 ‘돌풍’…트럼프 꺾나
입력 2015-09-01 16:33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막말과 ‘기행을 일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열풍을 잠재울 만한 대안이 등장했다. 바로 벤 카슨(62) 후보다.
트럼프의 튀는 행보와 과격한 말투에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정통 공화당 정책을 추구하는 카슨 후보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카슨은 오바마케어 이란핵합의 동성결혼합법화 등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각을 세우며 러시아 이란 중국 등에 대해 강경한 외교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23%대 23% 무승부. 카슨과 트럼프의 최근 지지율이다. 몬머스대학이 지난달 27~30일 아이오와주에서 공화당 성향 유권자 4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벤 카슨은 23% 지지를 얻어 트럼프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가 여타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던 기존 조사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결과다.
카슨은 기업인 출신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정통 정치인은 아니다.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최연소 소아신경외과 과장 출신이다.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성공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의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그는 디트로이트 흑인 빈민가 출신이다.

카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어린 시절, 자칫 어둠의 나락으로 빠질 뻔한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문제아로 자라던 중 원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두번 보려면 책을 두권 읽어야 한다는 어머니 가르침에 우연히 책에 재미를 붙여 서서히 우등생으로 변모했다. 어머니 소냐 카슨은 13세에 결혼했다가 이혼한 싱글맘으로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하루 18시간 막일을 하면서도 자식은 제대로 키우겠다고 열정을 다했다.
카슨은 한때 가난한 흑인 홀어머니 가정이라는 놀림에 칼로 친구를 찔러 범죄자가 될 뻔했으나 다행히 칼이 친구의 허리띠에 걸려 부러지는 바람에 범죄자 신세를 면하기도 했다. 카슨은 그 사건을 계기로 ‘사람을 죽이는 손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손을 갖고 싶다고 다짐하고 의사의 길을 택했다.
의사로 오랜 명성을 쌓았으나 2013년 6월 의료계를 은퇴한 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법을 정면 비판하며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초 미국유산정치활동위원회 활동에 몸담아 입지를 넓혀오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대선 가도에 뛰어들었다.
카슨의 선전을 두고 미국 언론은 트럼프 막말과 기행이 골수 공화주의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으로는 품격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카슨은 일관된 공화당 정책과 지난달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첫 공화당 경선주자 TV토론회에서 선전하면서 지지도가 급등했다.
카슨은 당내 보수주의그룹인 티파티와 남성들의 지지가 많은 트럼프와 달리 복음주의자와 여성들의 지지가 높았다.
카슨의 선전으로 지지부진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타 공화당 후보들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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