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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민자`, 탐욕스런 1921년의 뉴욕…세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입력 2015-09-01 14:3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이민자'는 192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바다를 건넜던 이민 여성의 이야기다. 에바(마리옹 꼬띠아르)를 주인공으로,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스크린을 감싼다.
미국 뉴욕에 사는 친척을 찾아 여동생과 폴란드를 떠나 엘리스 섬에 도착한 에바. 폐질환이 있는 동생은 입국 거부당하고 격리소로 보내진다. 에바 역시 떠나야 할 찰나 브루노(호아킨 피닉스)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에바에게 첫눈에 반한 듯 호의를 베풀고 친절했던 브루노는 뉴욕에 와 어느 순간 바뀌어 버린다. 에바를 극장 무희로 무대에 세우고, 남자를 상대하는 일을 시킨다. 동생을 빼내 오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에바는 브루노가 시키는 대로 끌려간다. 와중에 마술사 올란도(제레미 레너)도 맞닥뜨리고, 세 남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뒤엉킨다.
동생을 격리소에서 미국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뿐인 에바의 마음도 모르는 브루노는 서툴러 보인다.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하는 남자라니…. 신뢰를 잃고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 여자의 마음은 남자에게 닫힐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결과다.

두 사람의 긴장과 갈등은 올란도의 등장으로 극대화된다. 올란도 때문에 브루노가 에바를 사랑했고, 집착했던 게 드러난다. 올란도 역시 에바에게 첫눈에 반했으나 순수하게 그녀를 도우려는 것 같진 않다. 에바에게 비춘 희망의 빛은 또다시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역시 대단한 배우다. 굳이 벗지 않아도 매력은 물씬 배어난다. 제레미 레너도 비중이 그리 크진 않지만 자기 역할을 다했다. 두 배우 모두 대단하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특히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사랑과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브루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브루노의 사랑 방식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절절한 연기에 마음이 동하는 이가 꽤 있지 않을까.
'이민자'는 미국의 과거 어두운 민낯도 그대로 드러난다. 탐욕과 돈으로 점철된 시대, 술집은 금주법을 피해 술을 제공하고 나체 여성의 쇼를 선보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민자 여성들은 남성들을 위해 웃음과 몸을 판다. 에바 역시 잘못됐음을 알지만 따라갈 수밖에 없다. 돈이라는 물질 앞에 누구도 탓할 수 없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1994년 '비열한 거리'로 5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작품이다. 117분. 15세 관람가.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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