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롯데 순환출자고리 34% 해소
입력 2015-08-28 16:05  | 수정 2015-08-28 21:59
롯데그룹이 전체 순환출자 고리의 34%에 달하는 140개를 해소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냈다.
2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장 마감 이후 롯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신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으로 롯데그룹의 전체 순환출자 고리 416개 가운데 약 34%에 해당하는 140개가 해소됐다.
현재 '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건설' '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과 같은 형태의 순환출자 고리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번에 롯데건설과 롯데제과의 지분 관계가 해소되면서 이 두 회사 출자 구조를 중심으로 가지가 뻗은 크고 작은 140개 순환출자 고리가 한꺼번에 끊어진 것이다.
지분을 사들이는 데 이날 종가 기준 358억원이 소요됐고 신 회장은 롯데제과 지분을 총 6.7%로 끌어올려 신동주 전 부회장(3.95%)과 지분율 격차를 벌리게 됐다.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358억원이라도 계열사가 지분 매입 자금을 따로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 끊을 수 있는 순환출자 고리는 신 회장이 직접 사재를 털어서라도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 7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1단계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에 신 회장의 사재를 넣었고, 큰 비용이 드는 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에는 오너 일가가 지출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비용 부담이 적은 지분부터 호텔롯데나 롯데쇼핑이 우선적으로 사들일 것으로 추정했다"면서 "그러나 빠르게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비용을 써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롯데그룹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푸드는 황제주 지위를 탈환하며 장중 역대 최고가인 114만원까지 날아올랐다. 순환출자 해소 기대감에 들썩이기 시작한 주가가 최근 사흘간 20% 가까이 뛴 것이다. 롯데쇼핑(16.2%) 롯데케미칼(12.0%) 롯데하이마트(8.9%) 롯데손해보험(6.4%) 롯데제과(3.8%) 롯데칠성(1.8%) 등도 같은 기간 덩달아 급등했다.
특히 전날 한국거래소가 롯데그룹 관계자와 만나 호텔롯데 이외 롯데 계열사 상장과 액면분할을 독려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또 한 번 밀어올렸다. 거래소 검토 결과 비상장 계열사 가운데 20여 개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형식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려면 △자기 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 주식 수 100만주 이상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3년 평균 700억원 이상)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상장 유치가 필요한 한국거래소와 순환출자를 끊기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롯데그룹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공식화된 호텔롯데 기업공개 외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등 추가 IPO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부이사장은 "계열사가 상장되면 주주 구성이 다변화하고 '국민주'로서 성격을 띠게 되기 때문에 감시 기능이 강화되고 지배구조도 투명해진다"면서 "롯데그룹이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거래소 담당자를 지정해 투자은행(IB)업계 애로사항을 조기에 발굴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에 대해서도 대형 우량사에 적용하는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절차)을 활용해 상장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 이내로 줄여줄 계획이다.
다만 롯데그룹 측은 "지배구조 투명성 차원에서 추가 계열사 상장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아직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 외에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면서 "시장에서 거론되는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FRL코리아(유니클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도 호텔롯데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영석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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