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택 공급 1위 대우건설, 강남권선 왜 힘못쓰나
입력 2015-08-28 15:07  | 수정 2015-08-28 15:17
사진은 대우건설 본사 사옥 모습, 대우건설은 지난 27일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과징금 1억39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매경DB]

매년 전국에 2만 가구 이상을 쏟아내는 대형건설사의 주택 브랜드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이하 강남권)에서만 공급량이 미미해 눈길을 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3위, 평가액만 9조6706억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얘기다.
전국에서 공급량만으로 몇 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푸르지오가 유독 강남권에서만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뭘까.
◆8년간 공급 자체가 없어 브랜드 인지도 낮아
주택업계에선 대우건설이 2006년 분양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잠실주공 2단지 재건축, 대우·삼성·대림·우방 컨소시엄 시공)를 마지막으로 8년 동안 강남권에 공급이 없다보니 이 지역 수요자들에게 푸르지오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남거리를 걷다 보면 경쟁 브랜드인 ‘래미안(삼성물산), ‘힐스테이트(현대건설), ‘e편한세상(대림산업) 등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지만, ‘푸르지오는 어지간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2000년 이후 강남3구에서 대우건설이 공급한 물량은 저조하다 못해 초라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최근 10년 동안(2005~2015년) 강남·서초 지역에서 공급한 아파트는 2개 단지 1819가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공공분양 아파트인 ‘세곡LH푸르지오 917가구를 제외하면 지난해 분양한 ‘서초 푸르지오 써밋 902가구가 전부다.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이 공급한 ‘래미안 아파트는 2만1180가구에 달한다. GS건설의 ‘자이는 9380가구다. 이들과 견줘 많게는 10배가 넘게 차이나는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강남권에 공급이 적었던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2000년대 초중반까지 강남권에서 적잖이 공급했지만 이후 공급량이 줄기 시작했다”며, 당시 대우건설이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중이었기 때문에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하는 족족 조합원들에게 외면 받기 일쑤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지난해에 분양한 ‘서초 푸르지오 써밋을 발판삼아 지금부터라도 강남권 재건축 수주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 부동산시장이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시장이 부동산(주택)시장을 진단할 때 척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강남권에서 회사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면 곧 수요자들의 선호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건설업계는 대우건설이 오는 9월 분양에 들어가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삼호가든4차 재건축)이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래미안에스티지S(서초우성2차 재건축)와 ‘아크로리버뷰(한신5차 재건축), ‘반포한양자이(반포한양 재건축)와 맞붙어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하고 있다.
푸르지오 약세로 지목되는 또 따른 원인으로 ‘강남권에 랜드마크급 단지가 없다는 점도 있다. 강남3구에서 ‘푸르지오 브랜드를 내건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단 한 곳도 없어서다.
이 역시 현대건설의 ‘삼성동 힐스테이트 1·2단지(2070가구), 삼성물산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2444가구), 대림산업 ‘아크로리버 파크(1612가구), 포스코건설 ‘서초 더샵포레(1264가구), GS건설 ‘반포 자이(3410가구) 등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설사들의 랜드마크 단지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삼호가든 4차 재건축사업, 수주는 했지만 청약 성적은?
대우건설은 다른 경쟁업체와의 비교에서도 청약 성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10~11월 비슷한 지역에서 분양했던 ‘서초 푸르지오써밋,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힐스테이트 서리풀의 1순위 청약자를 비교한 결과 푸르지오에 몰린 청약자가 가장 적었다.
일부 대형면적은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게 1순위에서 청약이 미달되기도 했다.
래미안에는 43가구 모집에 3080명, 힐스테이트에는 97가구에 2310명이 몰렸지만 일반분양이 가장 많았던 푸르지오에는 138가구에 1855명이 청약하는데 그쳤다.
이러다보니 브랜드에 민감한 조합 측에서도 대우건설의 시공을 꺼려하는 조합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이 수주한 삼호가든 4차 재건축사업도 브랜드보다는 조합의 이익을 배려한 시공조건이 경쟁사보다 좋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대우건설은 수주 당시 무상지분율 168.29%, 이주비 2106억4300만원 등 조합에게 주는 비용을 가장 높게 잡은 반면, 회사에 (순)이익이 되는 공사비는 3.3㎡당 495만9000원으로 가장 낮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수주에 같이 참여했던 SK건설이나 롯데건설보다 대우건설이 조건을 좋게 제시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서초구에서 푸르지오의 인지도가 경쟁사의 브랜드 인지도보다 떨어지다 보니 사업성을 낮추더라도 전략적으로 수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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