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 여름 충격 반전?…“사실은 덥지 않았다”
입력 2015-08-28 14:51  | 수정 2015-08-29 15:08

요즘은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때다. 지난 23일 ‘처서(處暑)가 지나가면서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은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정오 무렵 따가운 햇빛은 지난 7~8월 그 뜨거웠던 폭염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지난 여름 그 뜨거웠던 폭염의 기억을. 기억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지난달말부터 이달초 보름 동안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망자만 11명이나 된다. 지난해 온열질환 사망자가 단 1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지난 여름 폭염은 사나웠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 7월 지구 기온이 1880년 처음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온도를 기록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 정도면 ‘최악의 여름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실제 한반도 기온 관측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가장 더웠다는 7월, 한반도 기온은 오히려 평년과 비교했을 때 0.1도 떨어졌다.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태평양기단과 태풍의 만남이 이같은 ‘착각을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북태평양기단과 태풍과 만나 발생한 ‘덥고 습한 남서풍 확장이 그 이유다.
기상청과 APEC기후센터에 따르면 올해 7월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24.4도로 작년에 비해 0.7도나 낮았다. 평년과 비교해도 0.1도 낮았을 뿐 아니라 폭염 일수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7~8월 한반도가 유독 더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다니, 무슨 말일까. 기상학적으로 살펴보자.

한반도 여름철은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기단 영향을 받는다. 기단이란 성질이 일정한 거대한 공기덩어리를 말한다. 한반도는 크게 시베리아·오오츠크해·양쯔강·북태평양 등 이렇게 크게 4개 기단 영향을 받는다. 북태평양 기단은 한반도를 기준으로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기단은 고기압이기 때문에 바람이 시계방향으로 불어나간다. 한반도에서 보면 남서풍이 부는 셈이다. 그런데 7~8월 연달아 발생한 태풍이 동북아시아 쪽으로 향하면서 남서풍을 강화시켰다. 태풍은 저기압이기 때문에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한다. 한반도를 기준으로 보면 남쪽 먼 바다에서 생성된 태풍이 북태평양기단과 마찬가지로 남서풍을 몰고 오는 셈이다.
김형진 APEC 기후센터 연구본부장은 지난달 말 남서풍이 강해지면서 남쪽에 있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이때문에 7월 초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았지만, 7월 말로 가면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기온 변동폭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그다지 덥지 않던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고,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온도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김현경 기상청 과장은 7월 하순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와 폭염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도 올 여름 한반도 날씨 특징이었다.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장마전선은 연달아 발생한 태풍 영향으로 크게 활성화되지 못해 강수량이 적은 ‘마른장마로 이어졌다. 대기불안정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적 소나기가 내리긴 했지만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다. 여름철 강수량은 368.4㎜로 평년(634.3㎜)대비 57.3%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장마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도 239.8㎜로 평년(356.1㎜)보다 33% 적었고 8월에도 강수량이 평년대비 41%에 그쳤다. 장재동 기상청 위험기상대응팀장은 강원 중남부, 동해안, 경북내륙, 충남 일부 지역 강수량은 평년 대비 40% 이하로 매우 적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반도의 여름 날씨는 겨울 기온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날씨를 예측하려면 지엽적 기단의 변화보다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한반도 겨울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북극 진동 지수와 ‘엘니뇨 현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북극 진동 지수란 북극에 있는 찬 공기 소용돌이가 수십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소용돌이는 온도차가 클 때 나타나는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경향이 잦아지고 있다.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이곳에 갇혀있던 찬공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면서 한반도로 유입, 혹한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겨울철이 유독 추웠던 것도 소용돌이의 약화 때문이다.
미국국립설빙자료센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극 해빙 면적은 올해 9월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한반도에 강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 NOAA의 분석에 따르면 7~8월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을 기록하면서 소용돌이가 약해지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9~10월에도 이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올 겨울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존재한다. 바로 엘니뇨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강한 해에는 한국의 겨울철은 따듯한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 엘니뇨 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겨울을 더 춥게 하는 요인과, 따듯하게 하는 요인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겨울 날씨 예측은 9~10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