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회생 하자마자 옛 고통 잊은 미국 자동차 노조
입력 2015-08-28 14:43 

저유가 속에서 지난 2분기 실적 대박을 터트렸던 미국 빅3 자동차 회사가 예상밖의 ‘복병을 만났다. 몇 해전 줄도산 앞에서 생존을 위해 노조와 가까스로 합의하에 고통분담 차원의 ‘이중임금제를 도입했는데 실적이 호전되자마자 노조가 이를 철폐하자고 나선 것이다. 이중임금제란 신규 직원들은 기존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제공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빅3는 다음달 15일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단체협약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최대 이슈가 바로 노조의 이중임금제 철폐요구다.
빅3 사용자 측은 ‘이중임금제가 철폐될 경우 노동비용 증가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호실적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중임금제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신규 노동자들(티어2 직급)은 저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는 지제도다. 이중임금제를 도입하면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9년 빅3는 파산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빅3 공장의 자동차 생산라인 노동자들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도요타 등 외국회사가 미국에 세운 공장 노동자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시급도 높은데 의료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하느라 회사의 등골이 휘고 있었다. 노조의 임금을 깎지 않는한 경쟁력 회복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이중임금제였고, 실제로 전체적인 노동비용이 낮아졌다. 2007년 시간당 78달러였던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노동비용이 2015년 시간당 54달러 까지 낮아지면서 빅3는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제너럴모터스(GM)는 올 2분기에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2분기보다 450%나 늘어났다.포드도 2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49% 늘어나 19억달러(2조2300억달러)에 달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티브(FCA)는 전년대비 3% 감소했지만 이는 리콜에 따른 벌금때문이었다. 2009년 GM과 FCA(당시 크라이슬러)가 파산해 공적자금까지 투입됐던 것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그런데 자동차 실적이 좋아지자 노조는 당시 양보했던 이중임금제 카드를 내놓고 있다. 새롭게 노조에 가입한 티어2 노조원들이 이를 없애주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UAW는 티어2 노조원 임금을 올려 기존 노조원과의 차이를 줄일 것과 오랜기간 동결된 기존 노조원들의 시급도 인상시켜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데니스 윌리엄스 UAW 위원장은 지난 2년간 노동자들이 많은 희생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의 주장을 사측이 들어줄 때”라고 말했다.
빅3 는 이런 요구로 인해 ‘딜레마에 빠졌다. 티어2의 임금을 인상시켜줄 경우 미국내에 공장을 둔 다른 해외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포드와 GM은 시간당 노동비용이 각각 57달러와 55달러로 시간당 47달러인 도요타보다 지금도 훨씬 높다. FCA는 도요타와 비슷한 수준이나 이는 티어2 노동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또 ‘이중임금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논리적 모순점 때문에 경영진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 최고경영자도 이중임금제가 ‘(노동자들에게) 모욕적인제도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기존 노조원들이 임금삭감을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이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FCA는 이번 협상에서 전체적인 시급을 낮추되 회사 수익에 연동된 성과급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제안했다.
빅3는 만약 이중임금제를 포기해야할 경우 차라리 해외생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양측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의 경우 시간당 노동비용이 8.2달러 중국은 4.1달러에 불과하다”며 일본 자동차나 한국차가 환율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영향력을 키우는 마당에 당장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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