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성과 섹스에 대한 이중 잣대를 부숴버리자
입력 2015-08-28 13:23 
이기적 섹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자. 음대생 서연과 ‘썸을 탄다고 생각해 왔던 숫기 없는 건축학도 승민은 서연이 자취방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들였음을 알게 된다. 뒤통수를 맞은 얼얼한 기분에 승민은 서연을 ‘쌍년이라 욕한다. 서연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승민이 아닌 다른 남자를 자취방에 들여 섹스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이 영화 이후 대한민국 여성들은 ‘헤픈 년 트라우마에 ‘쌍년 트라우마까지 짊어지게 됐다.
섹스와 관련해 여성들은 이중잣대에 시달린다.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여성들을 두고는 ‘내숭을 떤다고 비난한다. 당당하게 성(性) 경험을 공개하는 여성을 겉으로는 세련되고 ‘쿨한 여성인 것처럼 말하지만 곧바로 남자들의 안줏거리로 등장하기 십상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사만다는 자발적으로 섹스를 즐기는 주체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이 캐릭터 역시 한계를 안고 있다. 남자가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면 질척대지 않고 꺼져 줘야 하며, 섹스에 대한 자기 생각을 주체적으로 말하는 순간 비호감 1순위로 등극한다. 그 어디에도 ‘여자들의 욕망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남자들 비위 맞추는 법만이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돼 여자들을 현혹시킬 뿐이다.
여기 도발적인, 아주 도발적인 섹스 에세이가 나왔다. 저자인 ‘은하선은 ‘언제까지 그놈들을 위한 이타적 섹스를 할 텐가?라고 대놓고 묻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온갖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중학생 때 성에 눈을 뜬 이야기, 임신과 자연유산, 여고시절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30대 아저씨와의 경험, 섹스샵에서 파는 다양한 기구에 대한 이야기, 또다른 성에 눈을 뜬 이야기까지. 다소 불편하고 순화되지 않은 표현과 단어들도 난무한다. 그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거나 ‘은밀하게 다루어져야만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여성의 자위, 오르가슴, 여성의 섹스 판타지와 같은 주제들을 툭툭 던진다.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까발린 책이 있었던가 싶다. 자신을 ‘섹스를 하고 글을 쓰는 혹은 ‘섹스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당당하게 혹은 당돌하게 이렇게 묻는다. ‘그래, 나 섹스를 좋아하는 x년이다. 그래서 어쩔래?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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