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직 야성 뿐인 매를 기르며 극복해낸 극심한 상실감
입력 2015-08-28 13:11 

사랑하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예상치 못한 비보에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일상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붙잡아야 했다. 당장 떠오르는 생각이 야생 참매를 길들여보는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사진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와 함께 산을 누비며 눈여겨 왔던 바다.
영국 스코틀랜드 부둣가에서 800파운드를 주고 매를 사왔다. 케임브리지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메이블이란 이름을 지었다. 이 책은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 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저자의 내밀한 고군 분투기다. 영·미권 출판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책이다.
메이블은 잔혹한 야성을 지녔다. 매를 길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먹이를 던져주는 일이었다. 무한한 인내의 과정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발견했다. 줄 없이 날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받은 메이블을 지켜보며 자신의 아픔과 상처도 놓아버릴 수 있게 됐다.
저자의 심리 변화가 흥미롭다. 매는 혼자이고 냉정하며, 슬픔에서 자유롭고, 인생사의 아픔에 둔했다. 나는 매가 되어가고 있었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야생은 인간 영혼의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우리(저자와 메이블)는 분리된 채 행복하게 각각의 삶을 공유한다. 손에 흉터들이 있다. 그것들은 메이블이 만든게 아니라 아물도록 도와준 상처들이다.”
매를 기르는 일은 특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보편적이다. 상실 탓에 방황하는 이들은 물론 이에 대비하려는 사람 모두 일독할 만하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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