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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김의 야구컨디셔닝] SK 최정, 발목 부상 후 빠른 복귀의 ‘득과 실’
입력 2015-08-28 06:02  | 수정 2015-08-28 07:57
SK 최정은 발목 부상 후 이례적으로 빠른 복귀를 택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인천 KIA전서 1회 삼진으로 물러나며 답답한 표정을 짓는 최정.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SK 최정(28)은 지난 11일 부산 롯데전에서 1루 주자로 나갔다가 귀루하던 도중 오른 발목을 접질렸다.
야구 선수들의 발목 부상은 최정의 경우처럼 베이스를 밟다가 발생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최정의 부상 장면을 세심히 들여다보니 왼발과 오른발의 간격이 너무 멀었던 것이 문제가 된듯 했다. 움직일 때 왼발과 오른발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체중 이동이 수월하지 못해 자세가 잘못돼도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다. 부상의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최정이 1루로 귀루하는 움직임에서 조금 더 짧은 스텝을 했더라면, 불상사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경기 도중의 발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히 뛰다가 멈추는 동작에서 스텝을 작게 하여 움직임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다.
베이스러닝 중에 부상이 많은 이유는 베이스의 생김새와도 관련이 있다. 베이스는 윗부분이 약간 둥근 모양이라 미끄러지기 쉽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베이스의 윗부분이 아닌 모서리를 발바닥의 중간으로 밟아야 한다. 타격을 할 때 공의 움직임을 끝까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주루 때도 베이스를 끝까지 정확하게 보고 밟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는 잘못된 작은 버릇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부상,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평소 바른 동작에 집중하며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좋은 동작을 반복 훈련하면 경기 중 부상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가 쉬울 뿐 아니라 게임의 흐름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훈련은 양적으로 하는 것 보다 질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최정이 발목을 다친 직후, ‘정밀검사 결과 복귀까지 약 1개월이 필요하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막상 열흘 만에 1군에 돌아왔고 이번 주부터는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나서고 있다. 복귀 후 안타가 없어 맘고생을 하더니 27일 잠실 LG전에서 2타점 역전 결승 2루타를 때려내면서 3타점 경기를 했다. ‘역시 최정이라는 감탄을 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어떤 치료를 했기에 이렇게 예상보다 빠르게 1군에 복귀할 수 있었는지, 혹시 SK만의 특별한 재활방법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특별한 치료가 있다고 믿는 편은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이론적인 판단으로는 그렇다. 물론 사람에 따라 조금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는 있지만, ‘유별나게 빨리 부상에서 좋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래서 최초 알려진 부상 진단에 비해 복귀 시기가 훨씬 당겨진 최정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 시즌 종반 치열한 포스트시즌 싸움 속에서 급박한 SK의 팀 사정을 생각할 때, 혹시 최정이 남은 통증을 참고 서둘러 돌아온 부분은 없는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선수와 팀의 신중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걷고 뛰는 선수에게 발목은 매우 중요한 부위다. 작은 발의 면적으로 체중을 지지하는데다 방향을 급격하게 바꾸어 가면서 뛰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큰데, 발목 부상까지 가진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허리, 무릎까지 부상의 여파가 번질 수 있다.
발목 부상의 재활은 상당히 힘든 과정이다. 재활 운동의 강도가 힘든 게 아니라 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운동의 난이도를 조심스럽게 한 단계씩 높여야 하는 점이 힘들다. 야생마처럼 운동장을 누비던 선수가 갑자기 노인처럼 조심스럽게 운동해야 한다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된다.
내가 프로야구팀에서 재활 선수를 관리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선수가) 재활 기간을 지키면서 재활 과정을 밟아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선수는 몸이 조금만 회복되어도 무조건 경기를 뛰고 싶어 한다.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고 성적에 대한 조바심도 강하다. 그들의 이런 감정적인 부분을 컨트롤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은 스텝의 몫이 된다.
재활 후 복귀시기를 결정할 때는 전문적인 스탭이 선수의 뛰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팀이 급하기 때문에 혹은 ‘선수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등의 이유로 복귀가 결정되는 것은 결국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리스크를 높인다.
정상적인 몸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선수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면 더욱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명의 선수가 슈퍼스타로 성장 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만, 잊히는 것은 순간인 프로 무대.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선수들은 위기에 닥칠수록 멀리 보면서 긴 승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진정한 재활의 완성은 적절한 복귀 시기의 판단일 테니까.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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